예나 지금이나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맹진사댁 경사'(VOD)

장민호·신구·전무송 등 베테랑 배우 열연 돋보이는 명동예술극장 개관작
  • 등록 2009-06-05 오전 11:37:00

    수정 2009-06-05 오전 8:49:40


[노컷뉴스 제공] 결혼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보다 좀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일부 사람들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보다.

신분사회였던 과거, 자식을 좋은 집안과 혼인시켜 벼슬이나 관직을 얻어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으려는 맹진사 집안의 이야기, 연극 '맹진사댁 경사'(원작 오영진, 연출 이병훈)를 보면 현대의 상황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맹진사(신구)는 자신의 외동딸 갑분(장영남)을 지체 높은 김판서(전무송)의 아들과 혼인을 성사시키고 기고만장한다. 벼슬 높고 재산 많은 김판서 집안에 딸을 시집보내 본인은 물론 집안의 위신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맹진사는 김판서의 아들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듣고 실의에 빠지고, 딸 갑분 대신 갑분의 몸종 입분을 대신 시집보낸다.

이게 웬일. 소문과 달리 김판서의 아들은 학식있고 풍채 좋은 멀쩡한 인물이 아니던가.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간 맹진사를 보면 요즘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지극히 속물적인 면모를 갖췄다.

권력가와의 결혼을 꿈꾸는 사람들을 비꼬는 역전에 역전, 반전을 거듭하는 희극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은 더이상 시대극이 아닌, 현대인의 감성과도 잘 맞는다.


결혼과 가족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재미는 이어진다.

극 중간중간 전통악기 연주로 신명나는 무대를 살렸고, 지붕과 기둥이 없는 전통 가옥구조와 낮은 담장의 무대 디자인도 독특하다. 지붕과 기둥이 생략돼 배우들의 모습이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되고, 낮은 담장은 양반과 하인의 신분을 분리시키는 경계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73세 나이가 무색할 만큼 노련하게 극을 이끌고가는 신구의 연기 또한 놀랍다. 맹노인 역의 장민호, 노파 역으로 깜짝 등장하는 최은희의 모습도 반갑다.






영화와 창극 등의 장르로 선보여졌던 '맹진사댁 경사'는 69년 극단 실험극장이 당시의 국립극장(현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해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김순철, 이낙훈, 오현경, 이정길, 선우용녀, 여운계, 박주아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흥미진진한 무대를 꾸몄다.

40년 만에 그 자리, 그 무대에 올려지는 '맹진사댁 경사'는 명동예술극장 개관 기념작으로 5일부터 21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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