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괜찮은 기업에 눈길을 주려해도 시장이 요동치면 허사다.
그런 면에서 최근 장세 흐름은 나쁘지 않다. 어닝시즌을 맞아 종목 장세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와도 적절하게 맞물린다.
지수 방어 역할을 톡톡히 해내 IT와 금융주도 단순히 기술적 반등 국면을 넘어 일종의 모멘텀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닥론이 힘을 얻으면서 증시는 악재보다 호재에 더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재료라도 긍정적인 부분만을 취한다.
전날 UBS증권이 1분기에만 구조화채권에서 발생한 손실을 190억달러나 떨궈내며 시장을 다시한번 긴장시켰지만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다.
개장전 일찌감치 터진 UBS 악재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모양새다. 리먼 등과 함께 UBS는 신주발행을 통해 견조한 유동성을 과시하면서 금융주들이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미국 역시 최악을 시점을 지났다는 컨센서스가 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동안의 낙폭을 일거에 만회하기는 힘들겠지만 국내 증시 입장에서는 1700선 안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인이다.
결국 또 하나의 축인 중국만 받쳐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까지 중국 증시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차츰 힘을 잃어가고, 긴축 우려만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크게 아쉬워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중국 증시 역시 내부요인에 의한 조정이 큰데다 낙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단기바닥에 대한 기대가 나올 수 있는 시점이다. 중국을 상당히 휘둘렀던 미국발 외풍 역시 잦아든 상태다.
국내 수출증가율 모양에서 신흥시장 성장세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만큼 전염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상하이 시장에서 일부 대형주가 공모가 수준까지 하락해 가격 부담이 크게 해소됐다"며 "추가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증시처럼 개인 투자자의 투매에 따른 단기바닥 형성이 중국 증시에도 적용될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원도 "중국 상하이지수의 경우 중기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며 "3000~3300선이 바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증시를 그동안 의식했던 것은 중국 관련주들의 증시 주도력 때문이었다. 최근 시세를 분출하고 있는 IT나 금융주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 역시 자신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김진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금융주들이 반등에 나선다면 국내 금융주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주가 지금까지의 약세 구도에서 벗어난다면 국내 증시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모멘텀 관련주의 부활을 기대하지 않아도 국내 증시 상승은 가능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