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입은 건물 도시를 유혹하네

‘건물마케팅’ 등장 브랜드도 알리고 작은 랜드마크 구실
  • 등록 2007-01-25 오전 10:50:00

    수정 2007-01-26 오후 4:13:53

[조선일보 제공] 서울 청담동 페라리 자동차 전시장은 5층 건물 전체가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 안이 환히 들여다 보인다. 밤이면 눈부신 조명으로 주변의 풍경을 압도한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은 건물 외관 전체를 빛으로 감쌌다.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포개진 조형물이 밤이면 분홍, 보라, 연두색으로 끊임없이 변한다. 대학생 김준우(24)씨는 “환상적인 조명과 아름다움 때문에 자꾸 눈길이 가고 건물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름답고 인상적인 외관’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건물 마케팅’이 한국에도 도입되고 있다. 초고층·최첨단 빌딩 경쟁 속에서도 작지만 개성 있는 디자인 건물들은 브랜드도 알리고 지역 상권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 ▲서울 압구정동‘갤러리아 명품관’.



강남 중심으로 패션빌딩 유행=작년 말 완공된 강남구 논현동 의화빌딩(7th 헤븐 빌딩)은 다양한 직사각형의 창문이 건물 밖으로 돌출하면서 특이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강남구 신사동의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황금빛 유리로 감싼 건물 외관뿐만 아니라 패션 전문 북카페와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삼성동을 지나치다 보면 누구나 커다란 동그라미와 빨간 사선, 그리고 큰 기둥에 찔려있는 듯한 모양새의 한 건물에 눈길이 멎는다. 현대산업개발의 사옥인 ‘아이파크 타워’. 설계자 리베스킨트는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재건축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저명한 건축가다.








  • ▲청담동‘페라리 자동차 전시장’.




◆건물은 최고의 광고판이자 관광상품=우리는 최근 들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디자인’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일본 도쿄에서는 세계 유명 브랜드의 건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2005년 말 도쿄 중심가 긴자에 들어선 ‘미키모토 긴자2’빌딩. 지하 1층~지상 9층의 크지 않은 빌딩이지만 형태와 크기가 다른 유리창을 아로새긴 듯한 독특한 설계로 긴자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치즈빌딩’이라는 애칭이 붙으면서 관광객들의 기념 사진 촬영장소가 됐다.







  • ▲현대산업 개발 사옥인 삼성동‘아이파크 타워’.



진주 보석 회사인 미키모토는 고급 레스토랑·스파까지 설치,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긴자에는 구찌·불가리 등 패션·보석 브랜드뿐만 아니라 소니·애플 등 제조업체들도 마케팅 차원에서 독특한 외관의 빌딩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다. 도쿄의 아오야마와 오모테산도로 이어지는 거리는 프라다, 구찌, 디오르, 루이비통 등 유명 브랜드의 점포들로 도쿄 관광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미키모토 한국지사 신혜영 과장은 “유명브랜드들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독특한 설계로 매장 건물을 지어 광고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 도쿄 아오야마의 프라다 건물.




지역 상권활성화 차원서 지원해야=한국도 개성 있는 건물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컨설팅사인 ‘저스트알’의 김우희 상무는 “건축주들이 개성 있는 디자인이 건물 가치를 높여 임대료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만큼, 디자인 건물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천의영 교수는 “외국에서는 특정지역에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경쟁적으로 신축되면서 하나의 관광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며 “지역 상권 활성화와 관광산업 육성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치즈빌딩’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일본 도쿄 긴자의‘미키모토’건물. /미키모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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