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高(고)·파업苦(고)에… 도요타보다 비싼 현대차

美소형차 시장서 가격경쟁력 잃고 고전
견제없는 강성노조 올 정치파업 12차례
  • 등록 2006-12-13 오전 8:58:47

    수정 2006-12-13 오전 8:58:47

[조선일보 제공]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1대당 1000달러(약 93만원)씩 총 1조엔(약 8조원)의 생산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11조원의 순익을 내는 도요타 CEO(최고경영자)의 발언은 세계 자동차업계가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엔저(円低)’로 일본차 수출 경쟁력이 급상승한 상황인데도 세계 1위를 굳히기 위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업계 7위(작년 생산량 기준)인 현대·기아차는 어떤가?

끝없는 달러화 하락과 원고(高)로 가격 경쟁력은 갈수록 나빠지는 데다 강성 노조의 정치 파업으로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반대하면 인력 재배치는 물론 신규 직원조차 뽑을 수 없다. 여기다 도요타를 필두로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대·기아차 죽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것이다.



◆강성노조 도덕성 시비도

현대차 노조는 올해 총 33일 파업을 벌였다. 이 중 12차례는 정치 파업이다. 파업 이유가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안 반대와 비정규직 법안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다. 정치적 이유로 파업한다고 해서 정치 파업이다. 올해 정치파업 때문에 현대차는 차량 2만1242대를 생산하지 못해 2949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공장을 100% 풀가동해도 연말까지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나중에 보충할 시간이 없어 고스란히 매출 손실로 돌아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산차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데도 노조가 FTA 반대 집회를 갖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 파업이 일상화하자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선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총알받이냐”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노조의 파업으로 제때 생산하지 못한 대수는 11만5124대. 금액으론 1조5907억원에 이른다. 지난 7월엔 생산한 차량이 없어 수출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강성노조에 대한 뚜렷한 견제장치가 없다 보니 툭하면 노조와 관련된 비리사건이 터진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1일 조합 살림을 맡은 총무실장 이모(44)씨가 납품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씨는 지난 5월 노조창립 기념품으로 휴대용 파라솔 세트 4만4000개(13억2000만원어치)를 납품 받으면서 입찰자격이 없는 대구의 D상사와 편법을 써가며 계약을 성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현 노조집행부는 노조원들로부터 도덕성 문제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상무는 “국산차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해외 경쟁업체가 아니라 노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보다 비싼 현대차

원화 강세는 수출 주도의 국산차 업계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소형차시장에서 현대차와 도요타의 가격이 뒤집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현대차 베르나의 미국 판매가격은 1만2565달러로, 경쟁 차종인 도요타 야리스(1만1925달러·에코 후속 차종)보다 640달러 비싸다. 현대차 관계자는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들이 엔화 약세를 이용해 미국 수출가격을 낮춘 반면 국산차는 원화 강세로 가격을 쉽게 낮추지 못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소형차시장을 일본차 업체에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셈이다.

국산차가 강세를 보였던 신흥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까지 러시아 수입차시장에서 1위를 달렸으나 도요타와 포드의 공격을 받으면서 9월에는 8위로 밀렸고, 10월에도 4위에 머물렀다. 국내에선 수입차 업체들이 2000만원대 차량을 잇달아 출시, 국산차업계와 전면적인 가격 경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박사는 “도요타도 80년대 말 엔고(円高)로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으나 노조의 협조 아래 원가 절감과 신차 개발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국산차가 현재의 환율 위기를 극복하려면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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