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 사는 한 30대 주부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구민회관이 세워지면 ‘후광효과’를 보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이 주부는 구민회관 건립 자체를 대단한 호재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재테크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주부 같은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 사소한 재료를 너무 크게 보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동네 소식에 가장 밝지만 착각에도 빠지기 쉽다. 진정한 의미의 호재가 되려면 그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투자는 미인 선발대회’라는 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곳보다 남들이 좋아하는 곳을 골라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재료를 객관화하는 습관을 길려야 한다.
역세권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해도 서울 등 대도시에선 아파트가 역세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값이 비쌌다. 하지만 지금은 역세권 희소가치가 많이 줄었다. 지하철 노선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어지간한 대단지 아파트는 걸어서 10분 이내의 역세권 아파트이다. 지금은 2~3개의 지하철 노선이 겹쳐 지나가는 ‘더블 역세권’이나 ‘트리플 역세권’이어야 진짜 역세권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도로나 철도 개통이 모든 지역에 호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상권의 경우 시장이 재편돼 지역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소읍의 상권은 신설 역사 등 중심 상권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침체가 올 수 있다. 이른바 ‘빨대효과’라는 것이다. 변두리 상가 주인에게 교통 발달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