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추미애 위원장의 "3.30 공천거사"가 일일천하로 끝날 것인가.
추 의원의 선대위원장직 수락으로 당권파와 쇄신파 간의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였던 민주당이 또다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을 불과 하루 남긴 시점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해 수습할 겨를조차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조순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30일 심야 비대위 논의 끝에 선대위의 법률적 권한을 사실상 정지시키는 "극단의 처방"을 선택했다. 이는 애초 추 의원이 선대위원장 수락 때 조 대표가 합의했던 "전권위임"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이다.
조 대표는 먼저 선대위가 공천 취소 결정을 내린 4명의 중진 의원들의 총선후보 직위부터 복권시켰고, 비례대표를 포함한 미공천지역에 대한 공천권도 선대위로부터 뺏어왔다. 이를 위해 민주당 당인 변경신청을 하는 "코미디"를 연출하면서까지 당권파 전면복귀를 위한 수순을 신속하게 밟아나갔다. 이런 일련의 결정은 추 위원장 입장에서는 "치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민주당은 결국 비대위와 선대위가 병존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총선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은 법률적 권한 행사의 주도권을 서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권한행사의 정당성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추 위원장은 조 대표와의 합의문을 바탕으로, 조 대표 쪽은 당헌·당규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비대위가 발급한 "여분의 공천장"에 대한 법적효력 공방도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당 선대위의 권한을 인정해, 박상천 의원 등 중진의원 4명의 공천장 접수를 거부할 경우 추 위원장은 지도력에 강한 추진력을 얻게된다.
반면 선관위가 조 대표의 당인 변경 요청을 수용하고 중진 4명의 공천장을 접수받을 경우, 추 위원장은 총선국면에서 단지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허수아비 선대위원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비대위가 추 의원의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직위는 인정하면서도 법률적 권한만 뺏어온다고 밝힌 점도 이같은 계산으로 분석된다.
조 대표, 사실상 선대위 무력화 "법률행위 내가 행사한다"
조순형 대표 등 당권파를 중심으로 구성된 민주당 비대위는 30일 심야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선대위 공천취소 결정의 무효 ▲선대위 권한과 직무의 제한 ▲일부 당직자에 대한 인사조치 등을 결정했다.
이같은 비대위의 결정은 쇄신파 중심의 선대위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어서 민주당이 결국 제2의 분당 위기로 치닫는 형국이다.
비대위 대책회의가 끝난 밤 11시20분경 이승희 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공천장은 적법하게 발부가 됐으며 다만 교부가 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배부한 것 뿐"이라며 공천취소가 결정된 중진 4명에 대한 공천장 재발급이 정당함을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앞으로 선관위 등록 사항 등 법률행위는 대표의 권한에 귀속된다"고 밝혀, 전권 위임을 요구하는 선대위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현재 당인(도장)이 도난당해 신고를 했고, 31일 오전 중에 선관위에 인감변경을 신청할 것"이라며 "비례대표 공천 역시 변경된 인감으로 접수를 할 것"이라고 밝혀, 추미애 위원장의 비례대표 선정권 등 사실상 모든 권한을 정지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사무총장에 당권파인 최명헌 상임고문을 임명하는 등 주요 당직자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주요 당직자에 친당권파 인사를 배치시켜 조 대표의 지도력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민주당 내분 사태는 31일 당권파와 쇄신파의 극적인 타협이 있지 않는 한 "제2의 분당"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승희 대변인 브리핑 전문이다.
- 선대위는 어떻게 되나.
"앞으로 선대위가 하는 법률행위는 없다.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선관위 등록 등 모든 법률 행위는 당 대표 권한에 속하는 것이고, 당 대표 권한으로 집행될 것이다."
- 비례대표는?
"선관위에 인감 변경 신청을 한다. 당 대표 권한으로 한다."
- 비례대표 선정은?
"비례대표 선정위가 이미 만들어졌다. 그 위원회가 구성돼 내일 빨리 비례대표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 원래 합의사항으로는 선대위원장이 하도록 돼 있는데.
"비례대표 선정위원장은 이미 돼 있었고 발표가 되지 않았다. 비례대표 선정위를 가동시킨다."
- 총선은 비대위가 이끄나.
"비대위라기 보다 그것은 당 대표 권한이라고 말했다. 당헌 당규상 법률행위는 대표 권한에 속하므로 대표가 행사할 것이다."
- 선대위를 다시 출범시키나. 비대위가 선대위 역할을 하나.
"그것까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 추 의원이 공개한 합의문을 보면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기로 합의했던데.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 구성할 것을 추 의원이 요구했는데 그것은 없던 것으로 됐다. 그 비대위 구성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지금 비대위는 당내 수습을 위한 특별 기구로서의 비대위를 소집한 것이다."
- 추미애 의원 지위는 어떻게 되나. 선거대책위원장인가.
"그렇다. 다만 선거에 관한 법률행위는 대표가 한다."
- 박준영 공천은 무효인가.
"그렇다. 공천장이 재발급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