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신화' 무너지나…1분기 車인도량 4년 만에 첫 감소(종합)

홍해 선박공격·독일 공장 가동 중단 악재에…
전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에 테슬라도 영향받아
50% 성장시대 끝…‘반값 전기차’ 출시에 주목
기대 못미친 실적에 실망감…주가 4.9% 뚝
  • 등록 2024-04-03 오전 6:02:26

    수정 2024-04-03 오전 6:02:2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올해 들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차량 인도량이 눈에 띠게 급감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놨다. 코로나 초기인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역성장’을 하는 등 테슬라의 혁신이 더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1∼3월) 중 차량 38만6810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5% 뚝 떨어진 것으로,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은 인도 규모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량이 전년대비 감소하기도 했다. 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5만7000대)도 크게 밑돌았다.

차량 인도량이 줄어든 것은 우선적으로 생산 차질 때문이다. 차량 생산량은 전년동기대비 1.7% 줄어든 43만3371대 였다. 모델 3’ 차량의 부분 변경으로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 속도가 늦춰진 데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에 따른 우회 항로 이용으로 부품 공급이 늦어졌고, 이달 초 송전탑 화재로 인한 독일 공장 가동 중단도 차량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테슬라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 속도가 둔화하면서 인도량 감소폭은 더욱 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 늘어 작년 증가율 29%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의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05%, 2022년 57%로 둔화하는 추세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에 비해 여전히 비싼데다 주행거리도 짧아 아직은 내연기관을 대처하기엔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엔 전기와 가솔린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차량이 오히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저렴한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고 있는 것도 테슬라 실적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전기차 SU7를 최근 출시했는데 4000만원대 부터 시작하는 ‘가성비 전기차’ 전략으로 중국 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4분기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올라섰고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13% 늘어났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엠마누엘 로스너 애널리스트는 “알려진 생산 병목 현상 외에도 심각한 수요 문제가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그간 향후 수년간 전기차 인도량의 연평균 증가율을 50%로 제시하며 무한한 확정을 해왔다. 전세계 곳곳에 테슬라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늘리는 동시에 공장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산성 혁신에 주력해왔다. 고금리에도 테슬라가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탄탄한 이익률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한동안 테슬라의 혁신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테슬라 비관론이 팽배하다. 웰스파고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완만해졌다면서 올해 테슬라의 판매량이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 들어서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밝힌 ‘반값 전기차’가 언제쯤 출시되느냐에 따라 테슬라의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2025년 말에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인도 실적이 예상을 밑돌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 종가에 비해 4.9% 급락하며 166.63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주가는 약 33% 하락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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