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은 “끔찍한 학살을 저지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분쟁 중단 조치 논의에 들어갔다. ‘중동 화약고’를 둘러싼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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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탄약과 아이언돔(이스라엘 대공 방어체계)을 보충할 요격 무기들을 포함,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적 군사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해군의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로 전진 배치하고 중동지역에 전투기 배치를 강화했다. 이에 더해 각종 탄약 및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이스라엘은 국민을 보호하고 공격에 대응하기 이해 필요한 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정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면서 하마스 비난에 나섰다. 그는 10분 간의 연설에서 하마스의 아기 살해, 여성 강간 등 만행을 직설적인 표현으로 비판했다. 바이든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순전한 악행’(act of sheer evil)”이라며 “(민간인 인질 살해를 경고한 것은) 잔인한 민간인 살해로 악명을 떨쳤던 ‘이슬람국가(ISIS)’의 광폭함을 연상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마스의 악행을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MSCNBC 인터뷰에서 카타르 은행에 보관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60억달러에 대해 “언제든지 다시 동결하는 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돈은 아직 카타르 은행에 예치돼 있으며 그것(재동결)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은 아직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커비 조정관은 CNN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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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스라엘 적극 지지와 달리 튀르키예와 러시아는 중립 스탠스를 취하면서도 미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경계하고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이스라엘 근처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그들은 가자지구와 그 주변을 공격하면서 심각한 대학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튀르키예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분쟁을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립 태도를 보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충돌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모하메드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하마스 충돌은) 미국의 중동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며 “미국은 독점적으로 분쟁을 통제하려고 했으나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안을 찾는 데는 몰두하지 않았다. 서방은 팔레스타인의 근본적인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사태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를 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사실상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보였던 이들 국가들이 이·하마스 충돌에서도 미국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