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품귀에 따른 전셋값 급등이 집값 하락세를 방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 확대에 주택 거래가 멈추다시피 했는데도 급격한 전세가 상승이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갈 곳 없는 전세난민만 서울 외곽지로 쫓겨나고 있다.
올 한해 부동산은 다 올랐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59.98㎡는 지난달 27일 4억2000만원(19층)에 전세 계약됐다. 신고가다. 이 면적형은 최근 3개월 새 가격이 급상승했다. 8월만 하더라도 2억원 후반대에서 3억원 중반대에 걸쳐 전세 거래가 이뤄지다가 9월부터 4억원대 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10월에는 4억원 이상 전세 계약이 3건에 이른다. 이달 계약된 거래는 신고 기한(30일)이 아직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SK북한산시티의 전셋값이 급등할 동안 매매가는 보합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호가는 계속 오름새다. SK북한산시티 전용 59㎡ 매물은 올 초 4억원 초중반대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6억 중반대까지 거래됐다. 1년도 되지 않아 2억원 가량이 오른 것이다. 현재 이 면적형의 호가는 7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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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전셋값도 영향받을 수 있어”
이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남 고가 재건축 단지는 관망세 보이며 하락했으나 그 외 중저가 단지는 전세물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서울 전셋값이 경기도 집값도 밀어 올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매매시장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수도권 집값과 전셋값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는 결국 서민들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탈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중저가 아파트 패닉바잉에 나서거나 이도 어렵다 싶으면 규제지역에서 빠진 김포 등 인근 경기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면서 “올 한해 부동산정책의 약발은 없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