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게임’을 소아 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는 약으로 승인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킬리 인터렉티브’의 ‘엔데버Rx’라는 게임이다. 캐릭터를 조종해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이지만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게임을 반복하면 뇌의 특정부위(전두엽 피질)를 활성화해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게 임상에서 입증됐다.
약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먹는 알약이나 주사제를 넘어 게임, 앱(응용프로그램), 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로 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왔다. ‘디지털 치료제’의 도래다. 디지털 치료제는 ‘머리로 먹는 약’(웰트 강성지 대표)으로 통한다. 주로 반복 훈련과 코칭·상담으로 환자 행동과 인지를 바꿔 병을 치료해서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창업한 ‘뉴냅스’는 시각장애 개선 VR프로그램 ‘뉴냅비전’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허가를 받아 임상 중이며 내년 상반기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라이프시멘틱스’는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을 개발중이다. 내년 1분기 허가를 받아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C랩(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분사한 ‘웰트’는 근감소증 치료 앱을 만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제에 선정된 ‘에임메드’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로 2025년 FDA 허가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