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유가가 폭락하자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이 유가가 오르면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는 원유 레버리지 선물 ETN으로 몰리면서 연일 급등세를 이어갔다. 본래 ETN은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인데 워낙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적정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매가 체결되면서 일부 ETN의 경우 괴리율이 한때 10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의 가격이 치솟으니 역시 김프라는 말이 나왔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한국의 국민성에서 이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투기적 성향이 강하고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1995년 열린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거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예로 들기도 한다. 선물옵션은 가격변동을 헤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국내에서는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각종 불공정거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결국 규제를 불렀다.
이런 과열의 끝은 거품 붕괴다. 비트코인의 김프는 한때 100%에 달했지만 현재 0.3% 수준으로 해외와 국내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상태다. 원유 ETN은 괴리율 확대로 거래정지를 처음 당했던 시기 가격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괴리율은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상한가 행진을 벌이던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지난 19일 20% 급락하면서 폭탄돌리기가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들불처럼 일어난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지금까지는 일단 성공한 듯하지만, 기업의 가치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불나방 투자는 걱정스럽다. 동학개미가 ‘카더라’에 휩쓸려 투자하기보다 합리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