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바이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기업인 에이프로젠의 증시 데뷔가 10월이면 성사된다. 에이프로젠(Aprogen) 사명은 ‘A(넘버원·항체 Antiboby)-Protein(단백질)-gene(유전자)’로 최고의 이중항체기술을 가진 단백질 유전자 기업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넥셀세인 매각과 1년 뒤 상장폐지로 기업사냥꾼 이미지가 큰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를 지난 12일 경기 성남 본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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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로젠KIC는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H&G와 합병한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주주확정 기준일은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는 8월 11일이고, 합병기일은 10월 6일이다. 합병을 위해선 3사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각 300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에이프로젠 KIC(007460) 7.6%(1385만주), 에이프로젠 H&G(109960) 24.9%(4464만주), 에이프로젠 1.8%(92만주) 이상이면 합병이 무산된다.
김재섭 대표는 “작년 이맘때 합병을 추진하다가 우회상장 요건에 걸려 좌절한 바 있다”며 “연초 에이프로젠KIC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고민했지만 코로나19 영향에 주가가 하락해 예상했던 합병비율이 나와 다행스럽다”고 했다.
합병 시 최대주주 등의 주주 수가 늘면 안되는 만큼 지난해 김재섭 대표 등이 KIC 지분을 매입해 1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비상장인 에이프로젠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소위 맘대로 정할 수 있지만 회계법인의 가치 산정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했다.
기업사냥꾼 이미지에 대해 김 대표는 “제넥셀세인 영향이 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제넥셀세인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주주들이 한국기술산업에 지분을 팔라고 했고 기존 매각대상자와의 계약을 파기하며 제넥셀세인을 넘겼다.
하지만 1년 뒤 한국기술산업이 350억원을 횡령하고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김 대표는 “제넥셀세인의 자회사인 에이프로젠을 110억원에 되사오는 옵션을 행사해 지금의 에이프로젠이 있게 됐다”며 “사실 2009년부터 기관 투자를 받으러 다녔고 국내 웬만한 기관들 100여곳은 더 만난 것 같다. 심사역은 이해를 했지만 제넥셀세인 상폐의 낙인 때문에 막상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거쳐 니치이꼬제약으로부터 투자와 이후 에이프로젠KIC와 H&G 주주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에이프로젠이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3사 합병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미케이드 복제약, 2년 후 美 판매”…허셉틴·리툭산 시밀러도 기대
하지만 회계법인이 추산한 1조7000억원의 가치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에이프로젠의 내부 연구개발 인력 절반 이상이 신약개발을 맡고 있다”며 “합병 후 바이오시밀러회사가 아닌 신약회사라는 인식이 확대하면 주가 상승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을 뒷받침할 탄탄한 바이오시밀러도 순항 중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까지 완료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 복제약 생산을 위해 준비가 한창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생산시설 허가를 받기 위해 오송 공장을 정비 중에 있다.
김 대표는 “레미케이드는 연말쯤 FDA에 품목허가(시판허가)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1년정도 걸려 허가를 받는다면 2022년부터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과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 복제약 판매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에이프로젠은 삼성바이오, 셀트리온과 달리 연속배양방식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데 레미케이드보다 허셉틴의 생산력이 10배에 달하고, 리툭산은 그 이상,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15배에 달하기 때문에 생산원가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노벨상을 꿈꾸던 과학자를 포기하고 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직원들의 삶의 터전인 회사를 지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에이프로젠 직원 420명을 비롯해 이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창의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한국의 대표 바이오 기업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