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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2017년 2월 28일 오후 삼성 쇄신 계획을 통해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그해 3월 1일 자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은 곧바로 삼성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시작해 매주 수요일 열리던 사장단 회의도 58년 만에 폐지됐다. 이후 2년이 시간이 흐른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강조해온 이사회 중심의 각 계열사 자율 경영은 어느덧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그룹 단위의 사회공헌 축소에 대한 우려도 대부분 해소되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오히려 확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계열사 간 조율 및 협업을 이끌 주체의 필요성과 지원부서의 업무 중복에 대한 혼선 등은 여전히 해결해 할 과제란 지적도 있다.
‘사업지원TF’ 중심 신사업 발굴…계열사 지원 업무 일부 혼선도
삼성전자에서 과거 미전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조직은 ‘미니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사업지원TF(이하 TF)’다. 미전실 팀장 중 유일하게 업무에 복귀한 정현호 사장이 수장을 맡아 2017년 11월 발족했고 현재 임원 13명을 포함해 총 40여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미전실이 실·차장 및 팀장 등 임원 50여명을 포함해 약 200명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5분의 1’로 대폭 축소된 수준이다.
TF는 미전실에 있던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 7개 팀 가운데 전략팀과 인사지원팀 등 2개 팀 역할이 중심이다. 특히 신규사업 추진 및 인수합병(M&A) 검토 등 신사업 발굴을 담당했던 전략팀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등 공공기관과의 소통창구였지만 미전실과 함께 해체된 그룹 대관(對官)업무는 각 계열사로 이관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평양 방문이나 청와대 행사 참석 등 총수와 관련해 필요한 대관업무를 ‘상생협력센터’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협력사 교육 업무 등을 맡는 조직이다. 정경유착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대관 업무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최소한의 창구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경협 등 여러 계열사 간 협업이 필요한 사업이나 지원 업무 등에선 전 계열사를 일원화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경영 투명성 강화와 사회공헌 확대
이사회 중심의 기업 경영을 통한 투명성 확보와 사회공헌 확대도 미전실 해체 이후 달라진 부분이다.
이 부회장은 석방 직후인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 직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회사 측 사외이사 추천권을 없앴다. 삼성전자는 이후 사외이사 3명으로만 구성된 사회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통해 지난달 26일 안규리 사단법인 라파엘인터내셔널 이사장 겸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이사장(전 한국외환은행장) 등 두 명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이 중 여성 사외이사 후보인 안 교수는 1997년부터 소외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매주 일요일 무료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는 라파엘클리닉을 이끌고 있다. 이 단체는 2017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사추위 내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도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사회공헌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엔 DS부문장 김기남 부회장과 CE부문장 김현석 사장,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은 사내방송 영상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인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을 선포했다. 또 청소년의 잠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 위해 ‘청소년 교육(Education for Future Generations)’을 새 사회공헌 테마로 함께 제시했다. 삼성은 전 계열사로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당시 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협찬을 모두 없애기로 해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사회를 중심으로 지원금을 심의해 공시하는 등 투명한 집행이 이뤄지면서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