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감리 가능성 높아지는데…주요 쟁점은

삼바 분식회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으로 번져
투자자, 삼성물산 감리 여부 촉각
삼바 상폐, 엘리엇 ISD 등 논란 확산
  • 등록 2018-11-19 오전 6:00:00

    수정 2018-11-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의 후폭풍이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의 수정에 따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 변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감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장이 확산되면서 관련주(株)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삼성물산 감리 검토…쟁점은 합병비율

16일 금융당국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번에 불거진 삼성물산의 주요쟁점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과정 당시 결정한 합병비율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례회의를 통해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미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해 실질적인 콜옵션 권리를 보유했음에도 2014년까지 종속회사로 처리한 것은 과실·중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5년 에피스에 대해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익을 인식한 부분은 잘못이어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증선위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결론에 따라 원인으로 제기됐던 삼성물산과 제익모직의 합병 건에 대한 감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여연대는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 누락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적정 합병비율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의 가치 부풀리기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합병에서 유리한 비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내부 문건을 살펴보면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에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 지분 51%에 대해 3조5000억원으로 자산평가를 실시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금융당국은 삼성물산의 감리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가 증선위의 지시에 따라 평가차익 인식을 수정하고 이후 삼성물산의 재무제표 변화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증선위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면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은 합병의 결과로 삼성바이오가 50% 지분이 넘는 자회사로 변경됐다”며 “지분법으로 처리하다가 변경한 것인데 공정가치 평가를 해야 할 사유가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 건과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특혜·엘리엇 ISD 우려 등 논란 확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결론의 후폭풍이 다양한 논란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섣불리 삼성물산의 감리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시됐다. 당장 삼성바이오가 상장 과정에서 받았다는 특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6년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금융당국이 규정을 개정해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공식화되면서 당시 상장 특혜를 가리기 위한 수사 가능성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5일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아울러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7790만달러(한화 약 88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증선위는 이에 대해 “향후 삼성바이오가 제기하는 행정소송의 가능성 혹은 다른 쟁점을 명시적으로 고려했지만 ISD와는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 주식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분식회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말 삼성바이오와 외부 감사인을 맡은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에 투자한 주주들 역시 불안감이 역력하다. 삼성물산 주가는 삼성바이오 회계분식 심사가 본격화된 이달 들어 4.6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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