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쉴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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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에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장기 밸류에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앞으로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때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1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쉴러 교수는 이날 와튼스쿨이 뉴욕에서 개최한 한 컨퍼런스에 참석, “미국이 무역전쟁이 시작했는데도 사람들은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나, 무역전쟁이 좋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증시에 좋지 않은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5%나 불어났지만 쉴러 교수는 증시의 장기 성과를 따질 때 이는 그다지 중요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임박하던 1920년대 후반, 198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를 예로 들면서 당시에 기업 이익은 강했지만 증시 실적은 좋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의 증시 호조를 투자자들의 (양호한 기업 이익에 대한) 과민반응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법인세율을 평균 35%에서 21%로 대폭 낮춰 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주로 기인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쉴러 교수는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라는 지표를 직접 개발했는데, 이는 물가를 반영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주당 순이익(EPS)의 10년 평균값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주가가 최근 10년간 평균 EPS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배수가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실러 교수의 분석을 따르면 역사적으로 뉴욕증시의 평균 CAPE는 16배 내외다. 그러나 현재 뉴욕증시의 CAPE는 무려 33.3배로, 지난 2001년 6월 이후 근 17년 3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00년 중반 닷컴 버블이 꺼지는 직전 45배 근처까지 올라갔었다.
쉴러 교수는 “그렇다고 증시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 10년간 추정 가능한 주식시장 투자수익률이 2.6% 정도로 최근 9년간 강세장에서 누렸던 수익률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