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코스프레월드]①'몰코' 말고 '입코'… 더이상 마이너가 아니야

제2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 현장
국내외 코스어 참여해 후끈
볼거리 넘어 ‘놀이문화’ 자리매김
유명 코스어, 연예인 못잖은 인기
게임 마케팅서 주목.. ‘양지’로
  • 등록 2018-08-23 오전 7:00:00

    수정 2018-08-23 오전 7:00:00

16일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에 참가한 코스어들이 제작한 의상을 입고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따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한 달 전부터 처음 코스프레에 도전했어요. 처음엔 겁이 좀 났는데 이제는 재밌어요. 콘셉트는 카드캡터 체리의 주인공이에요. 가발과 의상은 용돈을 모아 마련했어요.”(이유·15)

“좋아하는 게임의 주인공처럼 입고 포즈를 취하면 제가 그 캐릭터가 된 기분이에요.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재밌어 보인다며 해보고 싶어해요.”(박수연·17)

알록달록한 가발을 눌러 쓴 이들이 길거리에 쏟아졌다. 중세 유럽의 귀족 사회가 떠오르는 드레스나 판타지세계의 갑옷을 입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에서 본 듯한 요란한 복장이다. 제21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린 18일까지 부천만화박물관 주위에 코스어(콘텐츠 속 캐릭터를 따라하는 코스튬 플레이어, 일명 코스프레 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가 모였다. 부대행사로 열린 제2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치장한 걸 뽐내는 코스어와 이들을 보려는 이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스파이더맨으로 분장한 코스어가 아이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부천국제만화축제)
△돈 쓰는 코스프레? 돈 되는 코스프레!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에는 국내 코스어 100여 명과 8개국에서 온 50여 명의 외국 코스어가 참여했다. 2회 만에 대형 코스프레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18일에 열린 챔피언십에는 포즈쇼와 댄스쇼 등 퍼포먼스 행사가 이어져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천시청사 앞에서 시작해 1.8km로 이어진 코스프레 퍼레이드에 코스어를 비롯해 장덕천 부천시장과 김동희 부천시의장이 헐크와 배트맨으로 분장하고 함께 했다.

올해는 참가 인원의 확대뿐만 아니라 연령층이 확대하는 등 달라진 코스프레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중국의 코스프레 마니아 나성 씨는 “한국의 코스프레 문화는 전문적이며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며 “페스티벌에 참여하신 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몰코’(몰래 코스프레)를 지나 ‘입코’(코스프레를 시작하다)다. 코스프레가 ‘서브컬처’ 꼬리표를 떼고 대중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코스프레를 즐기는 이들의 숫자는 1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행사가 늘고 전문 코스어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다.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코스프레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특정 콘텐츠에 빠진 이를 뜻하는 ‘오타쿠’의 전유물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이들도 줄었다. ‘볼거리’이자 ‘놀이문화’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코스프레는 개인의 취미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유명 코스어들은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얻고 사진집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프로 코스어도 등장했다. 현재 4개 이상의 코스프레 전문팀이 활동하고 있다. 코스프레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게임계다. 등장 캐릭터를 코스프레로 재현해 선보이는 건 핵심 마케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창단 16년을 맞은 코스프레팀 코스이즈의 공경민 대표는 이데일리에 “대부분의 프로 코스프레팀이 다양한 활동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코스프레를 즐기는 유명 인사가 자주 노출되면서 인식이 달라졌고 게임계 등 프로 코스어를 찾는 곳이 늘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관계가 멀어 보이는 클래식도 코스프레를 활용해 마케팅한다.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 OST 어벤져스 페스티벌’은 코스어를 위한 음악회다. ‘배트맨’과 ‘아이언맨’ 등 미국의 유명 코믹스를 소재로 한 영화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애니메이션 영화의 OST를 62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관객은 코스프레를 한 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진행 측은 “딱딱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클래식 음악회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관객이 캐릭터에 이입되어 순간을 함께한다는 공감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예고했다.

△아직은 갈 길 멀다

코스프레의 대중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과거보다는 인식이 좋아졌다고 하나 색안경은 여전하다. ‘이상하고 야한 옷을 입는 행위’라거나 ‘일본 문화를 모방하는 것’ ‘관심을 끌려는 행동’이라는 등 편견이다. 심심찮게 불거지는 코스어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과 지나친 상업화 등도 발목을 잡는다. 일부 몰지각한 코스어가 남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나치 독일과 일제 등 전범국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코스어도 늘어나는 등 코스프레를 즐기는 이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인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불협화음이 나와도 중심을 잡아줄 제대로 된 협회도 없다. 코스프레 대중화를 외치며 2016년에 한국코스튬플레이협회가 생겼으나 막상 코스어들은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을 비롯해 코믹콘, 코믹월드 등 민간행사가 늘고 있으나 관리할 정부기관이 없다. 3년 넘게 코스프레를 해왔다는 한 코스어는 “코스프레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으나 코스어간 네트워크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자체적인 생태계로 자생해온 코스프레에서 가장 시급한 건 불필요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라 말했다.

제2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 코스프레챔피언십 퍼포먼스 부문 입상자가 상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부천국제만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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