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전 세계 약 600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지난해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전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3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 넷플릭스는 정치 드라마는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구독자들의 동영상 시청 패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제작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넷플릭스는 에피소드 별 순차적 공개 방식이 아닌 13편 전편을 모두 한꺼번에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시청자들이 본방송을 편성 시간에 맞춰 시청하기보다는 전편을 몰아서 보거나 다시보기를 통해 시청하는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을 파악한 결과였다.
넷플릭스는 기획이나 섭외뿐만 아니라 배급과 마케팅까지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시청자 그룹별로 서로 다른 예고 편을 제공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넷플릭스의 성공사례는 빅데이터 기반의 시청 패턴 분석이 인터넷 TV서비스(OTT) 산업에서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 스트림라이저 데이터분석 화면. (자료=스트림라이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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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벨리 넷플릭스 본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에릭킴(47) 대표는 바로 이러한 수요에 착안해 빅데이터 기반의 동영상 분석 기업 ‘스트림라이저(Streamlyzer)’를 창업했다. 스트림라이저는 실시간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특정 동영상의 시청 시간, (지역별)시청자 수, 선호 장르, 몰입도 및 사용 행태 등을 수집, 분석해 시각화해주는 서비스다. 동영상 서비스의 운영 상황이나 서비스 장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버퍼링, 에러, 동영상 품질 저하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가능하다.
실제 스트림라이저를 사용하는 고객사들은 평균 버퍼링 발생률을 5%대에서 1% 미만으로 줄인다. 버퍼링 시간을 70% 이상 단축해 15개월 간 월간 트래픽이 8배가량 증가하는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온라인 비디오 기술로 세계적 명성이 있는 칼투라(kaltura)와의 제휴를 성사했다. 양사는 전세계 통신사, 미디어사들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스트리밍 품질 최적화 및 실시간 데이터 분석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포부다.
그 첫 사례로 KCP(Korea Content Platform)의 콘텐츠 서비스인 코코와(Kocowa)에 구축 계약도 완료했다. KCP는 지상파 방송3사(KBS, MBC, SBS)의 합작법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된 프리미엄 콘텐츠 전문 인터넷동영상 플랫폼 기업이다. KCP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선도 업체들과의 사업 경험 등을 인정해 스트림라이저와 칼투라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 에릭킴 스트림라이저 대표. (사진=스트림라이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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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림라이저? 아주대학교 전자공학 학·석사 출신의 에릭킴 대표가 설립한 실시간 빅데이터 기술 기반의 동영상 분석 업체다. 킴 대표는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가 커넥선트(Conexant), NXP, 트라이던트 마이크로 시스템즈(Trident Microsystems) 등 시스템 반도체 회사에서 SW(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영상 재생 기술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 본사에 입사했다.
동영상 시청 패턴 분석 기술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킴대표는 2년 후인 2012년 말 회사를 나와 스트림라이저를 창업했다. 스트림라이저는 웹사이트에서 가입이 가능한 기업용 솔루션으로 개발해 글로벌 확장이 용이한 것이 장점이다. 전세계 방송국·케이블·위성 방송·IPTV·대형 비디오 사업자 등에 걸쳐 다양한 고객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