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유승민파·유담파 나뉜 '셀카족'…끝없이 이어진 응원

유 후보 줄, "단일화는 안 돼"·"꼭 완주 하길" 응원 메세지
유담 줄, "예쁘다"·"연예인 같다"…촬영 뒤 "劉 뽑겠다"는 사람도
  • 등록 2017-05-05 오전 6:00:00

    수정 2017-05-05 오전 6:00:00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앞 네거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딸 유담 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후보님,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VS “너무 예뻐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딸 유담(24·사진)씨와 때아닌 사진 찍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 유세를 돕는 유씨의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 탓에 모든 현장이 ‘유 후보와 사진 찍는 줄’과 ‘유담 줄’로 나뉘기 때문이다.

유승민 줄, 탈당 ‘역풍’(逆風)으로 응원·위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 후보는 대선 기간 끝자락에서 마지막 바람을 타고 있는 주인공이다. 최근 바른정당 3분의 1이 넘는 의원 12명이 집단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철새 정치인’에 반감이 있는 유권자들이 유 후보를 응원하기 시작하면서다.

유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부터 이화여대·한양대·서강대·홍대·성신여대 등 대학가 주변에서 유세를 벌이며 2030세대를 상대로 ‘젊은 보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주력했다.

연설은 10~15분 정도로 짧게 한 뒤 유세차에서 내려와 시민들을 직접 만나 손을 잡고 포옹하는 데 최소 4~5배 이상 시간을 쓴다. “‘유 후보는 참 좋은데 이번엔 안 될 것 같아 다른 후보를 찍겠다’는 시민들을 많이 만난다”며 “그러나 이분들이 모두 저에게 표를 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등 ‘사표’(死票) 심리를 막으려는 내용이 연설의 주를 이뤘다.

유 후보와 스킨십하는 대부분의 시민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 유 후보가 집당 탈당 사태로 치명상을 입은 만큼 ‘셀카족’들은 사진을 찍는 짧은 순간에 “힘내세요. 항상 응원합니다”, “절대 단일화하지 말고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등 위로와 응원의 메세지를 건넸다.

홍대 인근에서 유 후보와 얘기를 나눈 지적장애 2급인 장영석(31)씨는 “유 후보에게 절대 단일화해서는 안 된다고 부탁했다”며 “투철한 안보관을 지닌 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 후보도 모든 시민들에게 90도로 인사한 뒤 두 손을 꼭 붙잡고 “고맙습니다”리고 말했다. 지지자가 후보를 역으로 보듬는 진풍경이 유 후보 유세장에선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다.

유 후보는 이런 지지자들을 좀체 떠나지 못한다. 전날 서울지하철 강남역 2호선 인근에선 오후 8시 30분~10시 40분까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동행한 한 당직자는 “적어도 1000명 정도 사진을 찍은 것 같다”며 “오후 10시 30분 국회서 전략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시민들이 끊이지 않아 이미 지각했다”고 전했다. 유 후보는 이날도 오후 8시 시작한 종로구 대학로 일대 유세에서 3000여 명(바른정당 추산)의 시민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유담 줄, 연예인 ‘팬미팅 현장’…행인, 劉 지지자 되기도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딸 유담 씨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 후보를 중심으로 한 인파에서 약 10~20m 정도 떨어진 곳엔 항상 다른 무리가 있다. 유담 씨와 그를 둘러싼 ‘팬’들이다.

동국대 법학과에 다니는 유담 씨는 지난 4월 26일 중간고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유 후보의 거의 모든 유세 현장을 쫓아다니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도 유 후보의 전 일정을 같이 다니며 시민들을 만났다.

유담 씨는 유 후보에게 ‘국민 장인’이란 별칭을 붙여준 장본인으로 빼어난 미모 덕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8일 동영상 사이트 유뷰트에 올라온 ‘유승민 후보 자녀(유훈동, 유담) 응원 영상’은 4일 기준, 조회수 40만건을 넘어섰다. ‘유담 효과’란 말이 나올 정도다.

‘4번’이 적힌 하얀 모자를 푹 눌러쓴 유씨는 이날도 시민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유 씨는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오는 시민들을 밝은 미소로 맞았다. 10초에 한 번꼴로 사진을 찍는 강행군을 소화하면서도 피곤한 내색 없이 항상 반갑게 대했다.

유담 씨에게 몰리는 시민들은 유 후보 쪽과는 다른 성향을 띠었다. 주로 20대인 이들은 원래부터 유 후보를 지지해 유세현장에 오래 머무르는 유권자이기보다 지나가다 들른 행인들이 대부분이다.

유씨를 에워싼 이들은 “연예인 같다”, “진짜 예쁘다”며 유 후보의 외모에 감탄했다. 일부 시민들은 유씨와 사진을 찍은 뒤 “유승민 찍어야지”하고 결심하기도 했다.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에서 만난 최모(22·여)씨는 “지나가다 사람들이 바글거려서 왔는데 유담씨가 있었다”며 “내친김에 사진이라도 하나 찍고 가려고 서 있다”고 말했다.

응원과 동정 등이 버무려져 비장감마저 느껴지는 유 후보 쪽과는 달리, 유씨의 유세 현장은 이처럼 ‘아이돌 팬미팅’을 연상케 했다.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거리지만 분위기는 판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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