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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은 이제 ‘PC카페’로 불렸다. 그 이름에 걸맞게 마치 카페처럼 깔끔했다. PC방 한가운데 자리한 카운터에서 커피 핫도그 감자튀김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리가 필요한 김치볶음밥 낙지볶음밥 등도 팔고 있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는 찾을 수 없었다. 주로 눈에 띄는 건 널찍한 ‘커브드(곡선 형태로 휘어진) 모니터’ 앞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10~20대 젊은층. 하지만 30대 이상으로 보이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PC방 한 직원은 “회원은 시간당 1000원이고 비회원은 2000원”이라고 했다. 20여년 전 PC방이 처음 생기던 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오히려 더 내린 것이다. PC방을 즐긴다는 20대 A씨는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면서 “다양한 간식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PC방의 이유있는 부활
사양길에 접어든 줄 알았던 PC방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올해 들어 PC방 창업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PC방 사업자 수는 1만81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증가했다. 지난해 12월(0.89%↑) 증가로 돌아선 뒤 지난 1월(2.64%↑)에 이어 그 오름 폭을 키우고 있다.
이는 이례적인 변화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초반만 해도 PC방 창업은 전형적인 ‘레드오션’(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으로 인식됐다. 지난해 1월 이후 매월 PC방 증감률은 -7.43%→-7.79%→-7.54%→-7.11%→-6.08%로 뚜렷한 하향 추세를 그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마이너스(-) 폭을 줄여가더니 급기야 플러스(+) 전환한 것이다.
공통 키워드 ‘장기 불황’
가격 측면도 주요 포인트다. PC방은 임대료가 비싼 건물 1층이 아니라 고층을 주로 쓴다. 기자가 간 PC방도 6층에 위치해 있었다. 요금 계산 등을 ‘셀프’로 하는 곳이 많은 만큼 인건비 부담도 크지 않다. 비용 절감의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장년층이 저렴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배경이다. 임 사무총장은 “특히 대학가 주변은 매우 저렴하다”고 했다. PC방 급증의 이면에는 ‘장기 불황’이 자리한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그 기저에도 역시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예기치 못한’ 은퇴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PC방은 좀 낯설고 스크린골프장과 노래방은 가격 부담이 큰 이들이 추억을 머금고 당구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