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고흐…오르세 30년 서울서 '심장' 꺼내다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전
밀레 '이삭줍기'· 고흐 '정오의 휴식' 등
19세기 사실주의·인상파 주요작품 130여점 선봬
밀레·드가 데상작품도…습작 통한 발전과정 보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 내년 3월 5일까지
  • 등록 2016-11-07 오전 6:06:05

    수정 2016-11-07 오전 6:06:05

장 프랑수아 밀레의 1857년작 ‘이삭줍기’(사진=오르세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의 국립 오르세미술관의 명작들이 한국을 찾았다. 한·불수교 130주년과 오르세미술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내년 3월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여는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전이다. 비싼 비행기값을 주지 않고도 서울에서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회화와 데생 작품 130여점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오르세미술관은 파리 도심의 오르세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해 1986년 12월 개관했다. 빈센트 반 고흐, 장 프랑수아 밀레, 에드가 드가, 폴 세잔 등 미술사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19세기 사실주의와 인상파 화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848년부터 1914년까지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제작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음에도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와 함께 프랑스의 3대 국립미술관으로 꼽히며 세계인의 발길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밀레 ‘이삭줍기’·고흐의 ‘정오의 휴식’ 서울에

이번 전시가 간판으로 세운 작품은 밀레의 ‘이삭줍기’와 고흐의 ‘정오의 휴식’이다. ‘이삭줍기’는 밀레가 1857년 그린 작품으로 밀레 작품 가운데 ‘만종’과 함께 가장 완성도가 높은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질하는 농부’ 이후 농민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 밀레가 전경의 세 여인, 후경의 자작농을 은근히 대비해 프롤레티아 농민계급의 일상을 서정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고흐의 ‘정오의 휴식’은 고흐가 죽기 전인 1890년 마무리한 작품으로 농민들이 한낮의 더위를 피해 건초 더미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특히 고흐가 노란색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던 무렵의 테크닉을 응축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고흐는 밀레가 농민을 주제로 그린 작품을 보며 데생을 공부할 정도로 밀레를 존경했다고 한다. ‘이삭줍기’와 ‘정오의 휴식’은 위대한 두 화가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됐는지 짐작케 하는 작품이다. 특히 고흐의 ‘정오의 휴식’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더욱 높다.

빈센트 반 고흐의 1890년 작 ‘정오의 휴식’(사진=오르세미술관).


◇상설전시 안 하는 ‘데생 작품’ 전시 눈길

오르세미술관은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데생 작품들을 파격적으로 준비했다. 흔히 밑그림으로 불리는 데생 작품은 특성상 보관과 유지가 쉽지 않아 상설전시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 공개한 이후에는 작품 보존을 위해 수년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소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관례다.

전시한 데생 작품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밀레와 드가의 데생 작품들이다. 밀레는 ‘이삭줍기’를 그리기 이전 그림 속 여러 인물의 모습을 데생으로 남겼다. 드가 또한 무희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기기 이전 숱한 데생 작품으로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갔다. 데생 작품을 보고 있으면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명작의 이면에는 화가들의 숱한 습작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데생이 훗날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신문이나 동화책의 삽화로 발전해 나갔다는 것까지 짐작할 수 있다.

일라 자르부에 오르세미술관 데생부 학예관은 “이번에 전시한 데생 작품들은 그 누구도 향후 몇 년 동안 볼 수 없는 작품”이라며 “1850년대 이후부터 데생은 점차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해 습작의 반열을 넘어 독자적인 작품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번 전시에선 이를 보여주는 데생 작품 60여점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폴 세잔이 수채와 흑연으로 그린 데생 작품인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고 양팔을 머리 위로 들고 서 있는 여인의 누드’(사진=오르세미술관).


◇ 19세기와 20세기 사이의 미적 흐름 한눈에

이번 전시에는 밀레와 고흐 외에도 세잔과 드가,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외젠 들라크루아, 조루주 쇠라, 귀스타브 쿠르베 등 19세기에 활동하던 거장들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19세기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조가 교체하며 튜브형 물감의 발명과 교통의 발달로 미술사의 사조가 가장 극명하게 전환한 시기로 꼽힌다. 화실에 머물던 화가들이 야외로 나가 자신의 눈으로 본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시기보다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특히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작품이 많다.

기 코즈발 오르세미술관 관장은 “낭만주의 후반부터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상징주의를 거쳐 20세기 초반의 현대미술까지 오르세미술관의 걸작을 선별해 서울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특히 19세기 화가들에게 선을 다루는 기법과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하나의 규범과도 같았던 데생작품을 전시할 수 있어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에드가 드가가 비단 위에 과슈로 그린 데생 작품인 ‘발레’(사진=오르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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