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X5 M50d에는 의문부호가 있다. X5의 큰 차체와 xDrive를 탑재한 상태에서 디젤 엔진만으로도 M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 만큼의 강렬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아무리 디젤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X5 M이 아닌. ‘디젤 SUV의 M’이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이와 함께 M 자체에도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BMW가 M이라는 단어를 필요 이상으로 난잡하게 사용하고 있고, 그 덕에 M이 주는 무게감과 존재감에 흠집이 생기는 기분이다. 결국 퍼포먼스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M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는 X5 M50d의 가치와 경쟁력이 더욱 궁금해졌다.
2016년, 어느새 가을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어깨에 한껏 힘을 준 BMW X5 M50d을 만날 수 있었다.
X5 M50d는 X5 고유의 디자인과 M의 감성을 공존시킨 모델로서 당당하고 육중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단단하게 그려진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조합을 통해 SUV 특유의 견고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M 퍼포먼스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를 적용한 프론트 범퍼는 거대한 인렛과 역사다리 꼴 에어 인테이크를 통해 SUV의 고유의 강인한 이미지를 뽐낸다.
측면 역시 전형적인 SUV의 감성이 드러난다. 루프 라인을 쿠페 스타일로 다듬은 X4나 X6가 지향하는 SAC와 달리 ‘정통의 SUV’ 실루엣을 완성해낸 덕에 실내 공간의 거주성과 넓은 개방감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전륜 펜더 사이드 포드의 디테일을 더하고 최대 20인치까지 선택할 수 있는 휠을 통해 스토티한 감각이 살아난다.
X5 M50d은 완전한 M이 아닌 ‘M 퍼포먼스’ 모델인 만큼 M을 강조하지 않는다. 실제로 프론트 그릴에 M 엠블럼을 더하는 M과 달리 X5 M50d는 전륜 펜더 옆과 M 디자인 휠, 그리고 트렁크 테일 게이트에 붙은 네이밍 레터링에만 M을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정통 M의 시각적인 가치를 지켜내는 모습이다.
X5 M50d의 실내 공간은 안정적인 X5 고유의 실내 공간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개의 요소를 더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X5를 통해 높은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던 운전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높은 사용 편의성 등 전체적으로 우수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을 더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려냈다.
X5 M50d의 보닛 아래에는 3.0L 트라이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말 그대로 3개의 터보 차저를 달아 RPM 전역에서 강렬한 출력을 느낄 수 있고, 높은 효율성을 추구한 것이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381마력과 75.5kg.m의 압도적인 출력을 선사하며 M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강렬함을 표출한다.
특히 ZF 제 8단 변속기와 xDrive와 조합되어 정지 상태의 육중한 X5 M50d를 단 5.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시킬 수 있으며 최고 250km/h까지 속도계를 끌어 올린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0.7km/L이며 도심과 고속 주행 상황에서 각각 9.6km/L와 12.4km/L를 달성한다.
X5 M50d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시동을 걸자 묵직한 시동 소리와 함께 진동이 전해진다. 기본적으로 6기통 디젤 엔진이기 때문에 다른 4기통 디젤 엔진보다는 정숙한 모습이지만 BMW 고유의 디젤 엔진 감각이 전해진다. 그래도 소음 부분은 확실히 차단하여 귀로 전해지는 부담이 적다는 점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속도를 조금 더 높이자 아쉬움이 드러난다. 낮은 속도 영역에서의 발진이나 추월 가속 등의 상황에서는 강렬한 힘이 느껴졌으나 속도가 올라갈수록 출력이 쳐지는 듯 가속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할 수 있겠지만 M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자극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높은 출력과 빠른 반응의 변속기 만으로 2.2톤에 이르는 거구를 감당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 BMW에서는 어탭티브 M 서스펜션 패키지를 탑재해 운전자가 X5 M50d을 더욱 쉽고 즐겁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 노면을 확실히 지지하며 어느 정도의 단단함을 가지고 있어 여타 SUV와는 확실한 차이를 선 보이며 무게 중심이 높은 SUV의 한계를 극복하는 듯 하다.
좋은 점: 막강한 출력을 편하고, 실용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패키징
안좋은 점: 기대보다 둔한 고속 영역의 가속력
BMW X5 M50d는 SUV와 디젤 모델이 유행을 하는 이 시대에서 BMW가 내놓은 일종의 타협안이라 할 수 있다.
M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순수한 M의 혈통을 깎아 내리는 일이라 할 수 있더라도, 더욱 강력하면서도 여전히 효율적인 디젤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시장에 어필하기에는 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억 3천 만원이 넘는 가격이 분명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X5 M50d는 강렬함과 효율성을 공존시킨 ‘고성능 SUV’의 대표 주자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