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마 총통의 난샤(南沙, 스프래틀리)군도 방문에 대한 민진당 자오톈린(趙天麟) 입법위원의 논평이다.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지역을 방문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화살이 퍼부어졌다. 이에 대해 마 총통은 기자회견에서 “대만의 주권을 지키려는데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다”며 작심한 듯이 반박하고 나섰다. 민진당 주석으로 다음 정권을 맡게 된 차이 당선자까지 겨냥한 언급이었음은 물론이다.
결국 차이 당선자가 직접 설전에 나서게 됐던 상황이다. 차이 당선자는 “심각한 문제는 심각한 자세로 대면해야 한다. 접근하는 방법이 매우 부적절했다”면서 마 총통의 언급을 되받아쳤다. 자오톈린의 발언에 대해 당초 그의 개인적인 견해라며 거리를 두었던 입장에서 한 발 다가선 것이었다. 이에 총통부의 천이신(陳以信) 대변인도 “왜 차이 당선자가 당내에서 제기되는 부적절한 비난을 막지 못하느냐”며 거들고 나서면서 싸움이 확대되고 있다.
마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차이 당선자는 “그가 아직 총통이며, 총통으로서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었다. 행정원을 통해 현지 방문에 민진당 대표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고도 “헌법 정신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한편으로는 마 총통이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마련된 타이핑다오 방문 계획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자오톈린의 논평이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러한 신구 세력 간의 마찰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마주앉아 북핵 및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이 마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을 앞두고 있던 바로 전날 얘기다.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서 패권주의적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대해 미국은 각국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마 총통의 결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난샤군도는 역사적으로 중화민족의 영토이므로, 양안이 함께 귀중한 자산을 지킬 책임이 있다”는 게 중국 외교부의 지원 사격이다. 현재 중국과 대만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주변국들 사이에 난샤군도 영유권을 둘러싼 마찰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난샤군도의 여러 섬 중에서도 타이핑다오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섬으로는 가장 크며, 현재 대만의 실효지배에 놓여 있다. 대만 정부는 실효지배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말 3000톤급 해군 프리깃함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와 1200m 길이의 활주로를 완공했다. 태양광 에너지 시설과 등대도 갖춰져 있다. 200여 명의 해안경비대 병력과 과학자, 의료진 등이 머물고 있다.
주변국들 사이의 쟁점은 타이핑다오가 과연 ‘섬(island)’이냐, 아니면 ‘바위(rock)’에 지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바위에 불과하다면 애초에 영유권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가 대만의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해놓은 것이 그런 이유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이곳에서는 마실 물이 솟아나고 농작물도 재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 총통은 이번 타이핑다오 방문을 통해 이 섬을 남중국해의 평화와 탐사를 위한 구조기지로 개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지난해 5월 주변국들에 제안했던 ‘스프래틀리 이니셔티브’의 내용이 비로 그것이다. 특정국의 영유권 독점과 이로 인한 분쟁을 막고 서로 협력하면서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다. 마 총통은 지난해 12월에도 부두시설 완공에 맞춰 타이핑다오를 방문하려 했으나 미국의 만류로 연기한 바 있다.
마 총통은 그러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2008년 2월 타이핑다오를 방문했을 때 앞장서서 공격했던 비난을 스스로 무릅써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당시 천수이볜이 임기 만료를 앞둔 입장에서 “사회질서 유지와 국가안보에 힘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더욱이 그때는 차기 총통선거가 치러지기 전이었고, 마잉지우는 국민당 후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배경 때문에도 마 총통의 이번 조치에 대한 민진당 측의 거부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마 총통은 민진당의 과도내각 구성 주장에 대해서도 “내 사전에 과도내각은 없다”며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는 5월 퇴임 때까지 헌법에 부여된 총통으로서의 권한을 차질없이 행사하겠다는 의지다. 통치권 행사를 둘러싸고 차이 당선자와의 갈등과 마찰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