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분양하는 재건축 단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베블런 효과가 떠오른다. 연봉을 고스란히 쏟아부어도 1평(3.3㎡)을 살까말까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젊은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지 오래다. 대신 자금력을 갖춘 중장년층의 투자나 자녀 증여 목적 방문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억’ 소리 나는 아파트가 잘 될까 싶지만, 결과는 이런 의문을 비웃는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강남에서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평균 분양가가 4040만원(3.3㎡당)에 달했는데도 3614개의 청약통장을 쓸어 담았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주 3.3㎡당 3960만원에 선보인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는 “강남에 짓는 3000만원대 아파트”라는 착시현상에 힘입어 2557명의 청약자 몰이에 성공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달아오른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막을 묘책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너 아니어도 살 사람은 많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시장 논리에 하릴없이 수긍할 뿐이다. 이제는 흔해진 3.3㎡당 4000만원대 아파트와 맞물린 ‘강남 재건축판 베블런 효과’는 올 겨울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