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당 0.4억' 아파트와 베블런 효과

  • 등록 2015-11-20 오전 6:30:00

    수정 2015-11-20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베블런 효과’라는 게 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베블런이 자신이 쓴 ‘유한계급론’에서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하는 과정에서 사치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올 가을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분양하는 재건축 단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베블런 효과가 떠오른다. 연봉을 고스란히 쏟아부어도 1평(3.3㎡)을 살까말까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젊은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지 오래다. 대신 자금력을 갖춘 중장년층의 투자나 자녀 증여 목적 방문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억’ 소리 나는 아파트가 잘 될까 싶지만, 결과는 이런 의문을 비웃는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강남에서 분양한 재건축 아파트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평균 분양가가 4040만원(3.3㎡당)에 달했는데도 3614개의 청약통장을 쓸어 담았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주 3.3㎡당 3960만원에 선보인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는 “강남에 짓는 3000만원대 아파트”라는 착시현상에 힘입어 2557명의 청약자 몰이에 성공했다.

청약 열기에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서울 반포동에 이달 분양하는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4240만원으로,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 군단에 성큼 다가섰다. 올 연말 분양을 앞둔 ‘신반포 자이’(반포한양 재건축 단지)는 알짜 입지란 입소문에 앞선 단지의 분양가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통해 고분양가를 사실상 허용했다. 분양가 조정에 한결 여유가 생긴 건설사들은 주변 단지보다 싸게 분양하는 것을 용납지 않는 재건축 조합원들의 설득을 포기한 상황이다. 분양가가 시나브로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달아오른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막을 묘책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너 아니어도 살 사람은 많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시장 논리에 하릴없이 수긍할 뿐이다. 이제는 흔해진 3.3㎡당 4000만원대 아파트와 맞물린 ‘강남 재건축판 베블런 효과’는 올 겨울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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