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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경영자독서모임에 참여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월요일은 누가 뭐래도 책 읽는 날이다. 유명 저자들의 강의를 듣노라면 머릿속으로 지혜가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수업이 끝나고 뒤풀이 없이 바로 헤어지는 것도 매력이다”(한희승 폴라리스쉬핑 회장).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산타워 9층 두산웨이홀 앞에는 이름표를 받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제40기 경영자독서모임(MBS·Management Book Society)의 첫 강의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 것. 주최측이 준비한 80개의 좌석이 금세 차 보조석까지 동원했다. 시끌벅적한 패션의 중심지 동대문에서 독서모임이라는 게 어색할 법도 했지만 수강생들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경영자독서모임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과 산업정책연구원(IPS)이 공동으로 운영 중인 국내 최장수 독서모임이다. 6개월 단위의 기수별로 도서 20권을 선정, 20회의 모임을 갖고 저자의 강연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로 운영한다. 1995년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시작해 20년을 이어왔다. 대기업 임원, 중소기업 대표 등은 물론 일반 직장인,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화가 등 수강생도 다양했다. 이날 강의에는 현역 국회의원까지 참석했을 정도다.
▲고3 수험생 능가하는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
강의는 진지한 분위기였다. 참석자들은 고3 수험생 못지않았고 휴대폰 진동소리 한 번 울리지 않았다. 1시간이 넘어서면서 다소 졸릴 법도 했지만 모두가 김 교수의 말과 손짓에 집중했다. 일부는 강의내용을 꼼꼼히 메모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강의를 마친 김 교수 역시 “정말 기억에 남는 강의였다. 너무나 진지한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강의 이후에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 정도지만 이날 참석한 100여명은 20대 중반에서 6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강의 내용은 물론 경영에 이를 어떻게 접목할지 등등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했다.
▲“술·골프·인맥 없는 순수 공부모임이 장수비결”
경영자독서모임은 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강연한 저자는 총 780명. 누적회원만도 3000여명에 이른다. 매 기수 평균 출석·통신회원을 포함해 200여명이 참여한다. 특히 신입 기수 모집에 기존 회원들의 재가입률이 75%일 정도로 만족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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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멤버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은 “올해로 16년째”라면서 “다른 모임과 달리 술과 골프가 없다는 게 좋다. 속된 말로 인맥을 쌓기 위해 오는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오로지 책을 읽고 공부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면서 “10년 이상 모임에 참여해온 장수생도 전체의 20% 이상”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 역시 “가끔 네트워크도 중요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지만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면서 “술, 골프, 친목도모 없이 강연이 끝나는 9시에는 모두들 ‘칼 같이’ 퇴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