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순방 성공의 척도는 숙소
대통령 해외순방 때 경호 및 의전 담당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문은 숙소다. 숙소가 적절한 위치에 확보되지 않으면 행사 진행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숙소에 들어가서 별 불만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행사의 70%는 성공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국의 경우 영빈관을 갖고 있는 나라가 많다. 미국은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 중국은 댜오위타이(釣魚臺)를 갖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 5월과 6월 방미와 방중에서 각각 이들 영빈관에 묵었다. 그러나 영빈관은 한 국가의 수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 방문할 경우에는 일반 호텔에 투숙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뉴욕 방문 시 주로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싱가포르의 경우 페어몬트 호텔을 이용한다.
문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가 열릴 때다. 개최국은 참석 국가별로 호텔과 객실을 배정하기도 하지만 각국 대표단이 자체적으로 호텔을 확보하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어떤 숙소를 확보하느냐가 각국의 국력 수준과 외교력의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다른 참석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숙소 확보에 나섰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시내의 한 특급호텔을 일찍 선점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하이라이트는 국빈만찬
외교부 관계자는 “국빈만찬은 단순히 호화로운 향연이 아니라, 외교 수단이며 도구”라며 “최고급 와인과 음식을 앞에 두고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어려운 외교 현안을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빈만찬 메뉴는 대체로 양식을 기본으로 애피타이저, 수프, 메인 디시, 디저트 및 커피나 차 등으로 구성된다. 이 기본 메뉴에 자국의 요리를 곁들이기도 한다.
지난 6월 국빈방중 당시 만찬에 나온 요리는 모두 8가지다. ▲썬 야채 위에 새우를 얻은 간단한 냉채 ▲얇게 썬 햄이 든 흰 목이버섯 탕 ▲특급 스테이크 ▲오색 야채 ▲우럭고기 데침 ▲파파야 조각을 넣어 간 배 수프 ▲뎬신(點心) 3개 ▲과일이었다. 술은 장위(張裕) 레드와인 1992년산, 장위 화이트와인 2008년산이 제공됐다.
◇ 朴대통령의 1인 2역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첫 해외방문을 앞두고 ‘퍼스트 레이디 대행’을 누가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점쳤지만, 정홍원 국무총리의 부인이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부인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은 방미는 물론 이후 진행된 해외순방에 ‘퍼스트 레이디 대행’을 대동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문화유적을 시찰하는 코스는 일반 관광객과 다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중국 시안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방문했을 때 일반인들에게는 오픈하지 않는 지하갱도에 내려가 병마용을 관람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갔을 때는 미술관 측에서 이례적으로 ‘황금공작 시계’를 가동시키기도 했다.
◇ 마음을 얻는 신뢰 외교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세일즈 외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단순히 우리나라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상대국의 마음을 얻는 ‘신뢰 외교’의 성격이 짙다. 중국 방문 때 병마용갱을 찾아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시한 것이나 베트남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 묘소에 참배한 것이 대표적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했을 때는 현지 속담을 인용하고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를 나타내 현지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반면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펼친 세일즈 외교는 공격적이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현지 애로사항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걸림돌의 해소를 요청한 점은 역대 대통령들이 ‘굵직한’ 외교 성과에만 집중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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