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美나사 우주선 시뮬레이션 기술, CAE로 기업에 보급"

짐 스캐파 알테어 회장 "3D프린터에 CAE 소프트웨어 필수"
"한국 제조업 향후 10년 중요.. 새로운 제품으로 경쟁해야"
  • 등록 2013-10-08 오전 8:19:40

    수정 2013-10-08 오전 8:19:40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1985년 미국 미시건주 사우스필드에서 전직 제너럴모터스(GM) 엔지니어인 짐 스캐파는 친구 2명과 함께 ‘알테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 이들은 자신들의 엔지니어링 지식을 자산으로 GM 등에 엔지니어링 컨설팅을 하는 작은 기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만 사용하던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기술이 항공·자동차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알테어는 독자적으로 CAE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컨설팅을 넘어 스포트웨어 시장에 진출했다.

짐 스캐파 회장은 알테어를 28년간 이끌며 매출 3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소프트웨어와 컨설팅으로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건 제조업으로 치면 3조 원 가치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짐 스캐파 알테어 회장
- CAE은 무엇인가.


“CAE란 현대의 제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단계인데 엔지니어들만의 세계로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시뮬레이션이란 말이 더 친근할텐데 CAE는 컴퓨터를 이용해 제품을 가상으로 만든 뒤 구동해보는 시뮬레이션의 모든 활동을 말한다.

CAE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NASA에서 만드는 우주선이다. 우주선은 실제로 딱 한번 밖에 발사를 못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에 컴퓨터로 수십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실패 확률을 줄여야 한다. 이처럼 우주선을 만드는데 쓰였던 CAE기술이 일반 제조기업으로 전해진 것이다.”

- NASA가 쓰던 게 어떻게 민간으로 이전됐나.

“NASA에서 우주선을 만드는 데 쓰려고 만든 기술이니 얼마나 수준 높은 기술이겠나. 가격도 상당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 기업 중에서도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비행기와 선박에 먼저 사용됐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격도 조금 내려가면서 이제는 자동차와 휴대폰을 만드는데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범용 장비가 됐다. CAE기술의 범용화, 민주화(democratization)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CAE시장과 함께 알테어도 급성장하고 있는데.

“CAE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알테어의 패키지 브랜드가 ‘하이퍼웍스’다. 알테어 하이퍼웍스에는 각 제조 단계와 방식에 맞는 수십 개의 CAE 제품들이 있다.”

-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

“시뮬레이션을 하려는 제품이나 혹은 사람을 잘게 잘게 쪼개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걸 얼마나 잘 쪼개느냐가 가상 시뮬레이션의 성패를 좌우한다. 쪼개는 과정을 메싱(meshing)이라고 한다. 하이퍼웍스 중의 가장 대표인 제품이 하이퍼메시로 전 세계의 CAE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알테어 하이퍼웍스는 알테어의 핵심 캐시카우로써 매출의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기준 글로벌 CAE 시장 규모는 약 3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알테어는 이 중 10%를 차지하며 글로벌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5년새 CAE 시장이 연 20%씩 성장하며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2020년까지 글로벌 CAE 산업의 1위 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다.”

-CAE는 3D프린팅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요즘 가장 뜨거운 뉴스 중의 하나가 바로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팅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몇 년 후에는 작은 기업에서도 직접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프린터에 MS 오피스와 아래아한글이 필요했다면 3D 프린터에는 CAD(Computer Aided Design)와 CAE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CAD와 CAE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보급형도 나오고 있다. 3D 프린터는 대량생산과 공장의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며, 그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은 더 저렴하고 더 좋은 기술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3D 프린터 시대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전망은 어떤가.

“3D 프린터는 확실한 대세다. 개인이 제조하는 1인 제조기업이 등장할 텐데 현재 프린터에선 MS 오피스를 이용해 문서를 만들었다면 3D 프린터에선 하이퍼웍스와 같은 CAE 툴이나 인스파이어 같은 디자인 툴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3D 프린터 시대에 맞춰 많은 기업들이 대중이 쉽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것이다. 알테어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3D 프린터로 개인이 총을 만드는 등 사회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3D 프린터로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훨씬 더 많다. 물론 총을 만드는 일은 안 좋은 일이지만, 작은 부작용 때문에 3D프린터를 막는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CAE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두산인프라코어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CAE 활용도는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용하는 정도로 광범위하지는 않지만, 수준 높은 CAE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한국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1990년대에 이어 두번 째 방한인데 한국의 발전은 정말 놀랍다. 역동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20여 년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기운이다. 한국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스마트하다. 특히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 놀라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가 쫓아오는 속도 역시 놀라울 정도다. 한국의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CAE 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대기업들을 받쳐주는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이 떨어지면 중국과 인도에 추월당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제까지의 세계 제조업의 상황을 본다면 대부분 새로운 제품은 미국에서 먼저 나오고 그것을 일본에서 조금 개선을 하고, 한국은 거기서 조금 더 개선한 제품으로 경쟁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고, 충분히 그럴 역량이 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분명히 리스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일이다. 한국은 앞으로 10년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한국은 새로운 제품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 ”

알테어는= 짐 스캐파(James Scapa) 회장은 1957년생으로 컬럼비아대학교 기계공학 석사와 미시간대학교 MBA를 나왔다. 알테어는 미국 미시건주 트로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업으로 현재 19개 국가, 42개 지사에 약 2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01년 한국지사인 알테어코리아를 설립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이 넘는 20명이 석·박사 연구원으로 수준높은 인력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알테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0억 원 규모로 올해는 20% 성장한 100억 원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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