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가등급 넘나]②올라도 '글쎄'

무디스·피치, 이미 높은 등급 부여중
정부등급 추월은 이례적..일부 글로벌 회사만 적용
  • 등록 2012-08-15 오전 11:53:55

    수정 2012-08-15 오전 11:53:55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가등급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크레딧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이미 무디스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S&P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어 유효등급으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보다 등급이 높다는 상징적 의미만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15일 3대 국제신용평가사에 따르면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삼성전자의 외화표시채권에 A1,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등급 전망은 모두 ‘안정적’으로 우리나라 정부 신용등급인 ‘긍정적’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

지난 13일 S&P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S&P의 정부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삼성전자보다 낮은 평가를 받게 됐다.

무디스의 A1 등급이 다른 신평사의 A+ 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S&P보다 피치와 무디스가 한 단계씩 더 높은 등급을 주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당분간 삼성전자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연구원은 “무디스와 피치가 이미 한단계 높은 수준에서 같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S&P등급을 유효 등급으로 볼 수 없다”며 “등급이 오르더라도 시장에서 차입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자료: 무디스, S&P, 피치
다만 기업이 정부등급을 추월한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만일 정부가 부도나더라도 기업은 탄탄한 현금흐름과 외화 유출입 구조를 바탕으로 살아남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제조기업은 정부의 지원가능성이 없다고 봐야하는데도 정부 등급을 넘는 것은 드문 사례”라며 “국가의 재정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등급이 역전되는 경우는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조업체 중에서는 엑슨모빌과 존슨앤존슨, 마이크로소프트가 S&P로부터 미국 정부 AA+등급보다 높은 AAA등급을 받고 있다. S&P가 무디스, 피치와 달리 미국 국가등급을 강등하며 벌어진 일이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가 피치와 S&P로부터 정부보다 높은 AAA 등급을 받아 오다가 2008년과 2009년 초반 일본의 극심한 경기침체와 세계 자동차시장 부진의 여파로 연이어 강등된 바 있다.

주로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등급보다 우월한 채무상환능력을 평가받고 있지만, 도요타처럼 시장 악화와 업종 자체에 대한 우려는 항상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다국적화된 기업들이 정부 등급을 뛰어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종종 나타난다”며 “해외 제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산업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A+ 등급(한국국가등급 이상)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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