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치 계속 `금강산이 안보인다`

금강산 관광 파국 치닫나
  • 등록 2011-04-11 오전 8:17:13

    수정 2011-04-11 오전 8:17:13

[경향닷컴 제공] 금강산 관광이 북측에 의한 “현대아산의 사업독점권 파기” 통보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 줄곧 파행을 겪다가 아예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천안함·연평도 사건까지 남북이 대치해온 미묘한 난제들이 얽혀 있어 금강산 관광 재개 전망은 돌파구를 찾기 쉽잖은 상황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지난 8일 현대아산이 가진 금강산 관광 독점권 효력 취소를 통보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이어진 금강산 관광 난항의 연장선 위에 있다.

1998년 11월18일 유람선인 ‘금강호’의 첫 출항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이듬해 관광객 억류로 잠시 중단되는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줄곧 성장해왔다. 2005~2007년 3년간은 영업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길은 현 정부 출범 5개월째인 2008년 7월11일 북한군에 의한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 뒤 2년8개월이 넘도록 끊겼다. 북측의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 등을 둘러싼 남북 간 대치가 계속되면서다.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에 합의했지만 정부는 당국 차원이 아니라며 외면했다. 지난해 2월 남북은 개성에서 관광재개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북측은 4월 남측의 정부 자산을 동결시키고 관리인원을 추방시켰다. 천안함 침몰 사건 후 정부가 개성공단 이외 남북교역·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 조치’를 내놓은 뒤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이번 조치로 현대의 해외사업권마저 날아가게 됐다.

이번 조치는 일차적으로 북측이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등 해외관광객을 자체 모집하거나 해외사업자에 사업권을 맡기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앞으로 후속조치를 통해 중국 업체 등을 통한 금강산 관광을 허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지난해 10월 북측은 금강산 관광을 새 사업자와 할 뜻을 내비쳐 현대아산이 바짝 긴장한 바 있다. 영국계 대북 관광전문업체인 ‘고려관광’은 지난해 서방관광객을 금강산 외곽의 별금강 코스가 포함된 7박8일의 북한 관광을 실시해 ‘엄포’가 아님을 보여줬다.

남북관계 파국이 지속되면 현대아산은 상당 기간 사업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북측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외금강호텔·해금강호텔·비치호텔 등 현대아산 시설이나 북측에 빌려준 금강산호텔을 이용케 하면 재산권 침해 논란도 생긴다.

문제는 정부가 지렛대로 쓸 대응 카드가 사실상 없다는 현실이다. 정부는 “남북 합의나 국제관례상 있을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철회를 요구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남북은 2000년 경제교류와 협력과정에 생기는 상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측의 독자적인 사업 추진도 용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2008년까지의 금강산 관광객 193만4662명 가운데 절대다수는 남측 관광객이었던 현실에 비춰서다. 중국·일본·미국·유럽 등의 관광 수요도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원산~금강산 도로 이용에만 6~8시간이 걸리는 등 인프라 부족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북측의 조치가 일단 관광 재개를 겨냥한 압박 수단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북측도 최고의 해법이 결국 남북대화 재개를 통한 관계개선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남측을 통한 사업권은 계속 인정한 사실도 북측의 대남용 메시지로 보인다. 다만 남북관계에 후행할 수밖에 없는 금강산 관광의 미래는 시계제로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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