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여당이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보다 획기적인 건설경기 부양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건설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지방경제를 부추겨 민심 회복에 나서겠다는 게 여당의 생각이다.
틈 날때마다 지방경기 활성화를 외쳐 왔지만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한 정부도 여당 요구의 타당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어 조만간 건설경기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 유발효과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해서 가장 효율적인 경기대책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건설부양책은 과거 정부에서도 틈틈이 활용돼 왔다.
그렇다면 건설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이 과연 효율적인가? 한국은행 조사부가 지난 96년 내놓은 `우리나라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경제파급 효과 비교분석`이란 보고서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대답한다.
◇"건설투자 확대는 단기적 부양효과 뿐" = 지난 82년부터 95년까지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는 "건설투자 확대는 단기적인 성장 부양효과는 크지만 그 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설투자의 변동이 있는 경우 6개월간은 성장률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이내 효과가 떨어진 뒤 18개월 이후부터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
대신 설비투자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18개월간 계속해서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다가 이후 한때 마이너스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누적적으로는 플러스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보고서의 실증분석 결과다.
◇"건설투자 확대는 물가에 큰 부담" =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투자 확대는 즉각적으로 높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투자의 변동이 생긴 뒤 9개월쯤 뒤에는 물가압력이 최고조에 달하며, 이후에도 총 30개월간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건설투자 확대는 땅 값과 건자재 가격, 인건비 등의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설비투자 확대는 오히려 60개월까지 물가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보였다. 우리나라 설비투자의 경우 수입 자본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공급능력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설비투자는 건설투자에 비해 무역수지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장기적으로는 수출을 증가시켜 수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점 부근에서의 부양책은 위험" = 보고서는 이와함께 경기 부양책의 타이밍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경험을 보면 경기국면 판단을 잘 못하거나, 재계 등의 부양요구에 떠밀려 진작책을 쓴 결과 경기가 오히려 과열과 급랭을 반복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제5순환 확장기(89년7월∼91년1월) 당시의 부양책을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는다. 당시 국내 경기는 89년 7월에 경기저점을 통과, 상승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과 설비투자 자금지원책을 시행해 물가앙등과 무역적자 확대를 야기해 경제 안정기조가 크게 위협받았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 건설경기 부양에 무리 = 보고서의 결론을 적용해 보면 적어도 현 시점은 건설경기를 부양할 때가 아니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지난 3월까지의 실물경기 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탈피, 저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 연속 상승세를 타며 4월중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5.3%에 달한 시점에서 건설경기 부양책까지 가세할 경우 물가불안은 통제범위를 벗어날 우려도 있다.
특히 주택가격이 지난 98년말을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 주택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도시의 주택가격 지수는 95.6(95년12월=100)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가격 지수는 4월중 120.8을 기록,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돌며 주택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주택매매에 따르는 세부담을 대폭 낮출 경우 집 값에 다시 거품이 일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