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여유? 비싸진 ‘원두’...커피 가격도 심상찮다

로부스터 원두 가격, 역대 최고가 경신
아라비카도 지난달 톤당 5000달러 돌파
“당장 영향 없지만...장기화 사태 고민 중”
  • 등록 2024-05-08 오전 6:45:00

    수정 2024-05-08 오전 6:45:00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커피의 원료인 원두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커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주요 품종인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원두 모두 동반 상승하면서다. 인스턴트커피 제조사부터 커피 전문점까지 원재료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악화가 원인이다보니 원두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결국 커피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커피의 원두 (사진=연합뉴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된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t당 354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5일 역대 사상 최고가인 4304달러보다 17%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연평균 가격인 지난 2023년(2492달러), 2022년(2104달러) 등과 비교하면 70% 이상 급등했다.

국제 아라비카 원두 가격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미국 뉴욕상품 거래소(NYBOT-ICE)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t당 430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가격(3801달러)과 비교하면 약 13% 증가했다. 지난달 17일에는 t당 무려 5466달러에 달했다.

흔히 커피 품종은 크게 로브스타와 아라비카로 구별된다. 로부스타 원두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지만 카페인 농도가 높고 쓴맛이 강하다. 인스턴트 저가 커피를 만드는 데 많이 사용한다. 국내에는 동서식품, 롯데네슬레코리아 등 업체가 있다. 반면 카페인이 적고 신맛이 나며 향미가 좋은 아라비카 원두는 스타벅스코리아,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원두다.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은 이상 기후에 따른 가뭄 탓이 크다. 현재 로부스타의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 가격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아라비카 원두의 최대 산지인 브라질과 콜롬비아도 극심한 가뭄으로 원두 수확량이 급감했다.

현재 국내 주요 커피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등을 섞어 인스턴트커피를 만들고 있는 A사 관계자는 “지금 가격이 뛴 상승분의 수입 시점은 6개월 뒤로 현재 원가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며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지만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수 있고 고환율 여파도 커지는 만큼 가격 추이를 눈 여겨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라비카를 주로 쓰는 커피 전문점들도 마찬가지다. B사 관계자는 “대량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원가 인상분을 방어하고 있어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증가 역시 예상되는 상황이라 사태가 이어질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모의 경제가 약한 작은 저가 커피 체인점 등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C사 관계자도 “커피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아라비카와 로부스터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은 많지 않아서 가격 상승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문제는 원두 가격 하락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현재 동남아와 남미 등 원두 산지에서 가뭄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엘니뇨의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각국의 날씨는 더욱 불규칙하게 변화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최소 4년간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커피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우려되고 대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세계 평균인 152잔보다 2.7배 많았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서도 지난해 커피 생두와 원두 수입량은 19만3000t으로 9년 전보다 약 1.5배 뛰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커피 수요도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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