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열풍이 거세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일 완성차 업체 간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그간 하이브리드차는 오랜 기술력을 구축해온 일본의 토요타, 혼다가 강한 면모를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현대차·기아의 기술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일본과 맞붙을만 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과 일본 완성차 업체간 하이브리드차 시장 선점 경합이 벌어질 전망이다.
| 현대차 더 뉴 투싼 하이브리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은 총 4만311대가 판매됐다.(사진=현대차.) |
|
22일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완성차 전체 판매량은 1570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풀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차는 전체 14%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순수 전기차 비중은 10% 안팎이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각각 8%로 비슷한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성장폭이 두드러지며 지난해는 전기차도 앞질렀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Edmunds) 통계치를 보면, 지난해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65% 증가한 120만대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전기차 증가률은 46%로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19%포인트(p)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 시장 내 하이브리드차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차 시장은 90% 가량은 현대차·기아와 일본 토요타, 혼다 등 4개사가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에서 친환경차 수익성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차 볼륨(대량생산)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동화 전환 역시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보다 47.8% 늘어난 18만3541대를 판매하면서 시장 내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 토요타 5세대 프리우스. (사진=토요타) |
|
미국 내 전통적 하이브리드 강호였던 토요타그룹 또한 신차 출시를 예고하며 맞불을 지핀 상태다. 올해 미국 시장에 캠리, 프리우스 등 승용차뿐만 아니라 타코마 등 준대형 픽업트럭과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 등 총 9개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통해 우위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토요타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총 64만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혼다 역시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혼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CR-V 하이브리드 모델을 20만대 가까이 팔아치우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역시하이브리드 차를 중심으로 한 인기를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미국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틈을 사이 하이브리드차가 ‘중간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당분간 하이브리드 ‘대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톰 리비 S&P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분석 담당 이사는 “미국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차량을 선택하고 있지만 전기차로 바로 이동하는 대신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는 시장이 점차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혼다 올 뉴 CR-V 하이브리드.(사진=혼다코리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