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최근 앱클론(174900)은 항체치료제 개발 및 기술이전 전문 회사에서 유전자세포 변형 약물인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치료제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를 위해 2010년 앱클론 설립 이후부터 치료용 항체 설계를 위한 단일클론항체 및 이중클론항체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2015년경부터는 면역세포 중 T세포에 적절한 항체를 달아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CAR-T치료제 개발 기술을 고도화했다. 2020년에는 서울 구로구에 연간 100명의 환자에게 적용할 CAR-T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앱클론은 항체치료제의 경우 발굴 후 임상 과정은 모두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CAR-T치료제는 다르다. 국내 임상은 직접 수행하고 해외 임상만 글로벌 업체와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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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및 유방암 관련 단일항체 치료제 ‘AC101’
설립 당시 앱클론의 주력 무기는 단일항체 설계를 위한 ‘네스트(NEST, novel epitope screening technology)’ 기술이었다. 항체는 우리 몸으로 들어온 외부 물질(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이다. 항체가 결합하는 항원의 특정 부위를 에피토프라고 한다.
네스트 플랫폼이란 새로운 에피토프를 발굴해 효과적인 항체를 구성하는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는 “8만 개 이상의 항체를 만들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효능을 발휘하는 치료용 항체를 빠르게 분류하고 성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앱클론은 HER2 유전인자 양성 위암 및 유방암용 단일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인 ‘AC101’을 개발했다. 이를 중국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 상하이헨리우스바이오텍(헨리우스)에 총 5650만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이 대표는 “로슈가 개발한 두 약물인 허셉틴과 퍼제타의 병용요법이 유방암에 효과가 좋지만, 위암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며 “AC101을 병용하면 위암에서도 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헨리오스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나 러시아, 남아메리카에서는 위암이 1,2위하는 질병이다”며 “AC101의 임상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이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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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항체 기술로 류마티스 관절염 후보물질도 확보해
앱클론의 공동설립자인 마티아스 울렌 스웨덴 왕립과학원 교수 등이 개발한 이중항체 기술 ‘어피맙(AFFIMAB)’도 있다. 어피맙은 단일항체에 어피바디(affibody)를 결합하는 기술이다. 어피바디는 일반적인 항체의 25분의 1수준으로 크기가 작은 생체 분자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어피바디를 찾아 기존 단일항체에 추가로 접목하면 항암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앱클론은 어피맙 기술로 대장암치료제인 ‘AM105’를 확보해 비임상을 완료했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AM201’도 발굴해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AM105는 암에서 나타나는 CD137과 EGFR를, AM201은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α와 IL-6라는 두 가지 신호물질을 동시에 공격한다.
이 대표는 “EGFR 대항 항체치료제가 개발됐지만, 환자에서 큰 효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CD137까지 공격하는 어피바디를 붙여 만든 AM105를 대장암은 물론 여러 고형암에 적용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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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앱클론의 주요 관심사는 단연 CAR-T 기술과 이를 변형한 zCAR-T 기술이다.
이 대표는 “일반적인 CAR-T 기술은 주입하는 치료제의 양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몸에 면역신호물질이 다량 발현되는 ‘사이토카인 후폭풍’이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가 개발 중인 zCAR-T 기술은 유전자를 변형한 T세포에 스위치 역할을 하는 항체를 추가하는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zCAR-T 치료제는 비활성 상태로 환자에게 주입할 수 있다. 스위치 역할을 하는 항체에 붙을 수 있는 추가물질을 넣어야만 작동하는 방식이며, 이 때문에 ‘스위쳐블(swichable) CAR-T’라고도 불린다.
이 대표는 “현재 노바티스의 킴리아나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 등 시판된 CAR-T치료제는 혈액에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접근하기 쉬운 혈액암 대상 약물 뿐이다”며 “zCAR-T를 이용하면 고형암 조직 속에 깊숙이 묻힌 암세포까지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앱클론은 올해 서울아산병원과 CAR-T 기술로 개발한 혈액암 제제인 ‘AT101’의 국내 임상 1/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zCAR-T 방식으로 고형암인 난소암을 타깃하는 ‘AT501’에 대한 쥐 실험도 진행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AT101은 기존 혈액암 대상 CAR-T치료제가 타깃하는 암세포의 FMC 63 부위가 아닌 1218이라는 새로운 부위를 공격한다”며 “이 때문에 개발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특허문제에서도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