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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주방장은 앞으로 호텔 요리에 쓰이는 수산물을 ‘착한 생선’으로 대체해나갈 계획을 언급하면서 총알 오징어를 사례로 들었다.
호텔의 입장을 시스템화(化)하는 작업이 현재 한창이다. 바로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와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 수산물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다. 인증은 남획이나 불법 어획하지 않은 생선과 양식 수산물에 각각 부여한다. 지속 가능한 수산물 생산·유통을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권위를 인증받아 글로벌 기업이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사실 착한 수산물을 쓰지 않으면 호텔에 이득이다. 착한 수산물은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비싸서 재료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호텔 외식 살림을 책임지는 이 총주방장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단기적으로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총주방장은 “무분별하게 생산한 수산물을 쓰면 언젠가는 안정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로써 호텔 외식 사업이 지속하지 못하면 더 큰 손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콘래드 서울이 걸음마를 떼면서 동참이 잇따를지 주목된다. 여전히 이런 흐름에 대한 국내 저변은 척박하다. 착한 수산물을 조달하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공급조차 달린다. 생산하기 까다로워서 어민들도 꺼린다.
그러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다.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하면 공급은 뒤따를 수 있다는 게 이 총주방장의 기대이다. 이 총주방장은 “정부 기관이나 단체에서 지속 가능한 수산물을 소비하면 생산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규모 있는 민간 기업이 의지를 보이면 변화는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콘래드 서울의 문제의식에 이견을 보이는 이는 없다. 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무시하고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착한 수산물’은 ESG 가치에 정면으로 들어맞는 것이다. 언제 행동할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총주방장은 “만약 우리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호텔과 외식 업계 종사자가 있다면 우리가 앞서 시행착오를 겪고서 얻은 노하우를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