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암을 직접 떼는 ‘수술’뿐이다. 하지만 바로 수술이 가능한 초기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40% 정도의 환자는 다른 장기로의 전이(원격전이)가 있거나 주변의 주요혈관을 광범위하게 침범해 완치적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된다. 나머지 40% 정도 환자는 ‘경계성 절제 가능’으로 항암치료로 크기가 줄고 혈관 침범이 좋아진다면 수술까지 갈 수 있어 적극적이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췌장암은 처음부터 진단과 예후 인자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환자 맞춤형 치료전략이 치료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러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맞춤형 진료를 하는 ‘다학제 진료’ 통합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분당차병원 암센터 최성훈 외과 교수는 췌장암·담도암의 ‘췌두십이지장절제술’(휘플수술)을 2019년 한해 100% 복강경과 로봇수술로 시행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은 워낙 복강 내 깊숙이 위치해 있어 외과 의사들에게 최고 난이도의 수술로 불려지며 대부분은 개복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 복강경과 로봇 수술을 성공한 교수진도 손꼽힐 정도다.
최성훈 교수는 “외과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고난이도의 수술의 경우 개복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암환자들은 대부분이 여러 치료나 병에 지쳐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 이런 분들은 개복 수술 후 회복이 더디고 굉장히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복강경의 경우 아주 최소 부위만 절개하고 수술하기 때문에 회복 시간이 개복 수술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짧고, 수술 후 통증이나 컨디션도 빨리 좋아져 수술 후 추가 보조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소절개 로봇 수술로 新 패러다임 만들어
최 교수는 “췌장암과 담도암 같은 난치암은 환자의 건강과 나이, 병의 진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관련된 전문 의료진들이 모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개인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면역력이 약한 암환자에게 최소 절개로 적은 통증과 빠른 회복을 도모해 암치료의 긴 여정에서 수술로 인한 주춤거림이 없게 하는 것이 외과의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가 환자의 기대와 믿음에 부응하도록 한 걸음 한 걸음 고난이도 로봇수술에 도전하는 이유다.
최 교수는 2012년 복강경 췌두십이지장절제술과 복강경 간우엽절제술 등을 성공시켜 국내 고난이도 복강경 수술을 선도했다. 2014년에는 로봇 췌두십이지장절제술과 세계 최초로 담관낭종(Ⅳa형)에 로봇수술을 성공하는 등 고난이도 로봇수술을 잇따라 성공했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십이지장 팽대부 종양 환자의 췌장 보존을 위한 새로운 로봇 팽대부 절제술을 개발하고, 단일 기관 최다 십이지장 종양 로봇수술 경험을 세계학회에 보고해 주목받았다. 2018년 초부터는 간이식에서 모든 생체 간기증자에 대해 복강경 수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같은 해 최고난이도 수술인 미만성 담도암의 간·췌십이지장 동시 절제술의 로봇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지난해 췌장암·담도암의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100% 복강경과 로봇수술로 시행하면서 한국 최소침습수술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다양한 진료과가 협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병원도 다수 의료진, 코디네이터 등을 투자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우리 병원은 암환자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는 목적 하에 다학제 진료를 활발히 운영 중”이라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의 기술이 좋아지면서 예전 같으면 수술을 진행할 수 없었던 많은 환자들이 항암과 방사선 치료 후 암의 크기가 줄면서 완치를 위한 수술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어 여러 과의 의사들이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췌담도암 다학제팀은 모든 암환자에 대해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500례 이상의 췌담도암 다학제 진료경험을 토대로 췌장암 및 담도암의 완치, 장기생존 사례가 늘어나는 등 난치암의 새로운 치료 프로토콜을 제시하며 환자 중심의 췌담도암 치료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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