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로나 시대 공연, 온라인만이 답일까

  • 등록 2020-10-12 오전 6:00:00

    수정 2020-10-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 달 반 가까이 문을 닫았던 국·공립 공연장들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잔뜩 얼어붙었던 공연계는 10월에 접어들면서 다시금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국공립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9월 말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공연예술계 현장 방문 및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배우 겸 제작자인 김수로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대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공연하는 사람들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힘든 일이 찾아왔다”고 호소했다. 공연계는 김 대표의 호소 덕분에 국·공립 공연장이 문을 열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이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존재감이 아쉽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연관계자들과 만난 게 올해 2월 말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는 최근 ‘코로나 일상 속 비대면 예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예술 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해 창작·유통·향유 전반에 비대면·온라인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공연예술가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최근 만난 한 무용가는 “국가 정책까지 온라인 중심으로 간다고 하니 극장에서 관객과 대면하며 창작활동을 해온 예술가들은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하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공연 영상화와 온라인 공연이 새 화두로 떠올랐지만 공연 영상화가 공연의 본질까지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한때 한국 공연계를 ‘K-방역’의 롤모델로 여겼던 외국 공연계는 최근 한국과 반대로 대면 공연을 어떻게든 지속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실내 공연을 통해 코로나19가 얼마만큼 확산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공연 재개를 위한 실질적인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다. 뉴욕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등 유명 오케스트라도 야외 무대를 통해 공연 재개를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문체부도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지속적인 공연장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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