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리모델링]②녹록치 않은 제2송파성지…“政, 수직증축 논란 매듭지어야”

수도권 24개 단지 중 착공 단계 ‘0’
송파성지와 같은 조건 찾기 어려워
無착공에 먼지 쌓인 리모델링 기술
“수직증축 논란, 빠른 결론 내려야”
  • 등록 2020-04-01 오전 6:00:00

    수정 2020-04-01 오전 6:00:00

[신동우 아주대 명예교수·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솔5단지 주공아파트는 2015년 6월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해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아파트 ‘내력벽 철거’를 정부가 유예하기로 결정한데다, 관련 기관의 ‘2차 안정성 검토’조차 못 받아 결국 수직증축을 포기했다.

정부가 수직증축을 6년 전 허용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로 노후 아파트의리모델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수직증축(기술검증)에 대한 규제방향이 가닥이 잡혀야 시장이 방향성에 맞게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규제에 따른 안전성검토 통과 여부를 알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 주민이나 관련 업계 모두 리모델링 사업을 망설이는 상황이다. 수직증축은 ‘사업성’을 담보하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2차 안전성 검토’ 통과가 쉽지 않은데다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도 아직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리모델링연구단의 성과 단지 중 하나인 수직증축 리모델링 후 송파성지 아파트 조감도.(사진=리모델링연구단)
송파성지와 같은 조건 찾기 어려워

리모델링 사업절차는 조합설립→1차 안전진단→건축심의신청(1차 안전성 검토)→건축 및 구조 실시설계→사업계획 신청(2차 안전성 검토)→사업계획승인→이주 및 철거→2차 안전진단→착공 순으로 이뤄진다. 이때 건축심의 신청시 1차 안전성 검토를, 사업계획 신청시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해야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다만 2차 안전진단 검증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1차는 무난히 통과하는 곳이 많지만 문제는 2차다. 대부분이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한 채 묶여 있다. 실제로 수직증축 허용 후 6년 만에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고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 한 곳뿐이다. 1992년 12월 준공한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 추진 10여 년 만에 지난 2월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고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파성지가 까다롭다는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학계 입장이다. 송파성지는 비교적 암반지질로 안정된 지반을 이용해 별도의 말뚝으로 건물 하중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증축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단지는 그렇지 않다. 보조 말뚝을 이용해 하중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아직 정부는 이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결정이다. 정 자신 없으면 수직증축을 폐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370만 가구가 넘는 공동주택 노후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책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기업과 시장은 건축물 보강으로 수직증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던 사업과 기술개발은 다른 대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증축부위 독립구조체 시스템 루마니아 사례.(사진=리모델링연구단)
반대로 수직증축을 유지하기로 한다면 현재 구조안전성 검토가 요구하는 기술검증(선재하공법·세대 간 내력벽·말뚝기초 등) 문제에 대해 보다 분명하고 신속한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루마니아의 경우 수직증축 하중을 기존 건축물에 부담시키지 않는 방식의 ‘독립 구조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이러한 방식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라고 학계는 주장한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또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정책을 추진해 적립 규모의 수준과 부담 주체를 정해야 한다. 장기수선계획을 공동주택 유형별로 표준화하고 교체·수선·리모델링 주기와 그 소요 비용을 제시, 이를 근거로 장기수선충당금을 한시라도 빨리 적립해 나가야 한다. 적립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에 의한 공공지원 정책 및 금융·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착공 단지 ‘전무’, 먼지 쌓인 기술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기로에 섰다. 이미 연구단과 학계·업계 등에서 실증사업에 적용 가능한 기술만 △구조안전진단 개선모델 △성능기반 내진설계 시스템 △내력벽철거 최소화 시스템 △리모델링 구조보강 기술 등 22개에 달하지만 이 모든 기술이 리모델링 착공단지가 없어 실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수직증축을 허용해놓고선 뒤늦게 안전성에 자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직증축의 기본 전제는 추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 안전성 검토 결과 이 같은 전제에 회의를 갖게 됐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수직증축’과 ‘세대수 증가’를 허용했지만 허용 제도에 대한 뒤늦은 규제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리모델링 기술이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현실에서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입장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리모델링 시장에서 소요재원을 세대수 증가로 해결하고자 하는 수요가 수직증축 기술과 합쳐져 현재의 리모델링 사업 수요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수요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약 28만 가구에 한정돼 있지만 1990년부터 1999년 사이 전국적으로 공급된 약 375만 가구의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보면 수직증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리모델링 시장이 존재한다. 이들이 준공 후 21~30년이 지나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하면서 정부의 보다 신속한 정책 방향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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