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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민정(가명·22)씨는 최근 동기들과의 대화에서 벽을 느낀다고 했다. 대학 친구들 사이에서 젠더 이슈가 화두지만 이씨는 성평등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이씨는 “모든 대화가 결국 페미니즘으로 흘러가 피로감을 느낀다”며 “친구들이 탈코르셋, 한남(한국 남자를 폄하하는 표현) 등 젠더 이슈와 관련된 과격한 용어를 입 밖으로 꺼낼 때마다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미투(Me Too) 열풍이 촉발한 페미니즘 전성시대다. 특히 대학가에선 젠더이슈가 학생사회를 휩쓸고 있다. 남녀공학인 대학과 비교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이 여대다. 반면 페미니즘에 큰 관심이 없는 여자대학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대 내 페미니즘 운동이 과격해지면서 발생하는 일부 학생들의 소외현상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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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측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부장제와 여성혐오로 가득 찬 세상에 고하는 투쟁의 선언”이라며 “페미니즘의 ‘페’자만 꺼내도 덜덜 떠는 어떤 이들에게 우리는 더 과격해져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대, 성균관대 등 남여공학 대학에서 학생투표를 거쳐 총여학생회를 폐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대의 페미니즘 활동은 온라인에서 활발하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동덕여대 에브리타임은 ‘페미니즘 게시판’ ‘탈코 전시 게시판’ ‘한남국자(한국남자) 게시판’ 등 페미니즘 관련 게시판을 새로 개설했다. 해당 게시판에는 “여성주의적 언어를 창안하자” 등의 페미니즘 논의가 공개적으로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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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대의 페미니즘 학풍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씨는 이어 “페미니즘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제대로 대꾸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숙명여대 총학생회 투표에 반대표를 던진 김모(22)씨는 “농담 삼아 친구들끼리 ‘흉자’라고 놀릴 때면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까봐 티를 낼 수도 없다”며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도 주변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대는 여학생들끼리 모여있다 보니 남녀공학보다 페미니즘에 대해 자유롭고 과격한 분위기가 생길 여지가 크다”며 “페미니즘 운동의 목표가 ‘여성인권 향상’인 점을 볼 때 궁극적으로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여성들도 이 운동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