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은 전체전쟁(全體戰爭, total war)이라고도 한다. 이 개념은 현대전에 있어 국가의 정치 ·경제 ·군사 ·사회 ·심리 등 각 분야의 힘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전쟁목적에 투입할 것이 요구되는 환경 때문에 생겨났다.
기업의 위기 시에도 점차 그 피해의 범위와 대상이 전 직원을 넘어, 직원 가족, 입사 지원 예정자, 투자 의향자, 잠재 고객, 공중 등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총력전을 통한 위기관리란 아주 중요한 개념이 돼 가고 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총력전이란, 모든 위기 대응 창구들과 자원 그리고 전략과 메시지의 통합적 통제를 전제로 한다. 예전 기업 위기관리가 위기관리팀(주요 의사결정권자 그룹)의 지휘 아래 일부 부서의 전투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위기관리팀을 중심으로 자사의 모든 가용 내외부 창구들(채널들)을 총동원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력적 개념이 적용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위기 발생 시 대응 방식에 있어 몇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보인다. 일단 대형 위기임에도 위기관리팀 내 일부 부서만 밤을 새워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홍보실과 대관, 법무 등의 위기관리 핵심 부서들만 바쁘고, 힘이 든다. 다른 부서들은 대부분 회사의 위기와 상관없이 일상생활과 업무를 진행한다.
위기대응 부서 외 기타 부서들이 현재 진행 중인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가 전혀 또는 충분히 없으니 문제가 된다. 자사 위기관리 전략 전반에 충돌되거나, 혼동을 줄 수 있는 업무 활동을 지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각 부서에 분산되어 있는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이 일원화되지 않는다. 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나 메시지 또한 일원화되지 않게 된다.
총력적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목격되는 또 다른 현상은 일선만 움직이는 현상이다. 극단적으로 위기관리팀이 VIP와 분리되어 있고, 위기관리팀은 일선의 실행팀과도 분리되어 있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된다.
이런 기업의 경우 총력전 개념이 무안하게도, VIP가 위기관리팀에 참여하지 않는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나 역할을 VIP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팀의 검토 및 결정사항을 VIP가 별도로 보고받고 사적으로 피드백 한다. 이 경우 위기관리팀은 VIP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보다는 다양하고 반복적, 소모적 리뷰만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선에서는 길어지는 의사결정과정을 기다리기 힘들어 각자가 할 수 있는 대응을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위기관리팀으로부터 최소한의 전략적 방향성도 공유 받지 못하고, 임기응변식 대응이나 애드립을 기반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된다. 이내 완전하게 의사결정 그룹과 실행 그룹은 따로 분리된다.
이 의미는 기업이 위기를 관리할 때 조직이 횡적으로나 종적으로 총력전 개념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 대부분 그 당시 VIP의 내부 가시성이나 협업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의미가 된다. 일단 모든 조직 구성원들은 협업을 부담 스러워 하고 번거로워 한다. 그냥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대로 무엇이든 해 버리는 것을 위기 시 더 선호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책임은 서로 피하려 하는 대신, 위기대응을 잘해 인정받기 원하는 부서도 생겨난다. 그 공을 다른 부서와 나누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 일선에서는 힘들고 괴로운 장기간의 위기대응 업무를 피하기 마련이다. 대신 평소 맡겨진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라는 생각까지 한다. VIP는 이런 조직 구성원들의 본능과 현실을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그에 기반해 확실한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업을 통한 총력전이 가능해진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