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일본에 사죄·배상 당당히 요구해야"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 인터뷰
"일 사죄·배상 거부하면 전세계에 알려야"
"젊은 후세들 역사 똑바로 알고 나라 지켜야"
  • 등록 2015-09-16 오전 7:00:00

    수정 2015-09-16 오전 7:00: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역사문제에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당당히 말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나라를 지키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일본에 할 말을 해야 합니다.”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7) 할머니는 한일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강 할머니는 열 여섯 살 꽃다운 나이인 1943년에 중국 장춘으로 강제연행 돼 해방까지 3년간 고초를 겪었다. 그는 중국에 정착해 간호사로 일하다가 2000년에 위안부 피해자 생활공동체인 ‘나눔의 집’에 오면서 고국 땅을 밟았다.

70여년이 흘렀지만 강 할머니는 일본의 만행을 잊지 못한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강 할머니의 집 앞마당에는 가을이면 꽂감, 대추를 널어놓은 단란한 가정이었다. 강 할머니는 열두 남매의 막내로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위안소 강제동원으로 이 같은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일본 순사 세 명이 들이닥쳐 부모가 보는 앞에서 강제연행했다. 늑장을 부린다 싶으면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4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만난 강 할머니는 “그때 당했던 게 지금도 생각나 자다가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위안소에서도 폭행은 다반사였다. 강 할머니는 “빨리 안 간다고 발길로 채이고, 엎어지면 더 맞았다. 다리가 벌벌 떨렸다”며 “도망 가다가 잡히면 죽으니까 도망도 못갔다”고 토로했다. 강 할머니는 위안소에서 머리를 맞아 입었던 상처가 지금도 비가 오면 욱신거린다고 했다.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강 할머니와 비슷한 고초를 당한 위안부 할머니가 9명(김순옥·박옥선·이옥선A·김군자·유희남·김정분·정복수·하수임·이옥선B)이 더 있다. 이들 할머니 상당수는 거동이 불편하고 장시간 대화를 하는 게 힘든 상황이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238명 중 생존해 있는 할머니는 47명뿐이다.

강 할머니는 지난달 미국으로 출국해 애틀랜타, 뉴욕에서 위안부 피해 참상과 일제 만행을 증언했다. 최근에는 강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시민 후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지원도 늘고 있고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인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내달 15일 ‘일본군 성 노예 역사관’으로 명칭을 바꿔 일반에 공개된다. 내년 3월에는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과 함께 미국 홀로코스트 센터에서 일본군 성노예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강 할머니는 “오래 살아서 일본이든 미국이든 가서 알리겠다. 일본이 사죄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 이 문제를 알려 토론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젊은 사람들이 역사문제를 똑바로 알고 다시는 전쟁이 없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해요. 우리나라를 똑바로 지켰으면 합니다. 그래야 내가 죽어서도 눈을 감고 가겠어요.”

강일출 할머니(사진=여성가족부).
강일출 할머니가 2001년 나눔의집 미술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작품 ‘태워지는 처녀들’. 할머니는 “일본군은 위안소에서 질병에 걸린 소녀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고 증언했다(출처=제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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