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 칼럼]이카루스의 어리석음을 닮지 말자

정내삼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 등록 2014-05-20 오전 8:15:11

    수정 2014-05-20 오전 8:15:44

[정내삼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그리스·로마 신화에 이카루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이카루스는 호기심이 많았지만 타인의 충고를 무시하거나 쉽게 잊어버리고 결국에는 아버지인 다이달로스의 애정 어린 경고까지 무시하다가 바다에 빠져 죽음을 맞는다. 새삼스럽게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우리 사회가 그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4월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잔인했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어린 꽃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을 속절없이 바라만 봐야 했다. 이카루스가 아버지의 진정어린 충고를 무시하지만 않았다면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 죽는 불행을 피할 수 있었듯이 세월호의 선주나 배의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관련 법과 안전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고 직업적 소명에 충실했다면 세월호와 같은 참극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과 비극이 아직도 여러 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 시설물에 대한 안전 문제에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월에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대학 신입생 등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온 국민이 세월호 비극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던 지난 10일에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공사 중이던 건물이 붕괴됐다. 12일에는 충남 아산에서 준공을 앞둔 신축 오피스텔이 기울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이후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교량과 건축물 등 전국 4000여곳에 대한 안전 점검을 일제히 시행하는가 하면, 전국 곳곳에서 안전 의식 캠페인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처방에 불과하다. 아예 처음부터 튼튼하고 품질이 우수한 시설물을 건설하는 것이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물의 안전과 품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값을 주고 제대로 짓게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시설물 건설을 위한 적정공사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안전과 품질에 대한 약속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지금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 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도로나 댐 등 사회기반시설의 품질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할 종합심사낙찰제 시행을 앞두고 제도의 장단점과 보완점을 사전에 파악하고자 몇몇 국영 기업체를 통해 시범 발주를 하고 모니터링 중에 있다. 예산 삭감에만 치중하다가 자칫 시설물의 품질을 저하시켜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어느 때보다 세심한 정책 조정(fine tuning)을 해주어야할 때다.

작년 기준으로 시설물의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 대상 시설물 약 1900개 중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시설물이 11%에 달하고 10년 내에는 44%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학교 건물 123개가 재난위험시설에 해당된다고 하니 또 다른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만큼 시설물에 대한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SOC(사회간접자본)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 투자율은 건설 투자 총액 대비 14.6%에 불과해 미국의 30%, 이탈리아의 50%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더 이상은 주변의 충고를 무시하거나 쉽게 망각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목숨마저 잃어버린 이카루스의 어리석음을 따라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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