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5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 |
지난 20일 만난 주민 박모(63)씨는 “2003년 아현동 일대가 뉴타운지구로 묶일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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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재개발 조합과의 보상비 갈등 때문이다. 발단은 2007년이다. 2003년 시공사 선정과 2006년 조합 설립으로 순조롭던 개발사업은 관리처분단계에서 일시 중단됐다. 당시 조합원들이 받은 감정평가액이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또 다른 주민 최모씨는 “우리 주장은 현 시세에 맞게 보상비를 현실화해달라는 것”이라며 “감정평가액을 받아들이면 내 재산은 반 토막 난다”고 말했다.
토지면적 83㎡(25.1평)인 4층 다가구 주택을 보유한 최씨가 당시 조합으로부터 받은 감정평가액은 2억9980만원. 3.3㎡당 보상비 1200만원이 책정됐다. 여기에 개발이익률인 비례율 110%를 곱하면 그의 권리가액은 3억3280만원으로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인근 o공인 관계자는 “아현동의 25평형 4층 다가구 시세는 평당 2000만~2300만원”이라며 “차이는 좀 있지만 보통 5억~6억원 사이에서 거래된다”고 말했다.
당시 그가 받게 될 아파트 85㎡(25.7평)형의 조합원대상 분양가는 시세 대비 2억원 가량 낮은 5억2400만원이었다. 최씨로선 면적이 같은 4층 건물과 새 아파트를 맞바꾸기 위해 1억9000여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조합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김종태 아현4구역 조합장은 “감정평가액을 높인다 해도 어차피 추가부담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개발사업에서 감정평가액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조합측 주장의 요지다. 예를 들어 보상비가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전체 개발이익이 줄어들어 결국엔 조합원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재개발사업의 ‘비례율’ 때문에 가능하다. 비례율은 ‘전체 감정평가액분의 전체 사업수익(분양수입-사업비)’로, 조합원 전체가 나눠 갖게 될 개발이익을 나타낸다. 비례율이 110%면 투자한 사업비 대비 재개발 수익이 10%는 된다는 말이다.
전체 분양수입이 그대로인 한, 감정평가액이 높아져도 비례율이 작아져 결국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은 그대로가 된다는 설명이다.
ㅇ공인 관계자 역시 “핵심은 감정평가액이 아닌 새 아파트에 붙게 되는 프리미엄”이라며 “새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파는 프리미엄이 추가부담금에 비해 1억 원이상 높았던 것이 지금껏 재개발 사업의 수익구조”라고 말했다.
최씨가 조합원분양가 5억원인 85㎡형 아파트를 위해 추가부담금 1억9000만원을 지불해도,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7억원 대에 형성되고 웃돈 1억원까지 붙게 되면, 그 웃돈만큼은 고스란히 남는 장사라는 셈이다.
이는 맞은편 아현3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푸르지오를 통해 점쳐볼 수 있는 미래다. 지난 3월 886가구를 일반에 분양했지만, 총 435가구가 1·2순위에서 미달됐다.
인근의 월인공인 관계자는 “2008~2009년엔 약 2억원에 달했던 래미안푸르지오의 조합원대상 아파트 59㎡형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지금은 7000만원~1억4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면서 “조합원 대상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보태도 일반분양가보다 싼 가격인데, 대형인 114~145㎡형은 이 같은 하락세가 더 심하다”이라고 말했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재개발 아파트의 프리미엄을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가, 미분양 물량에 따른 사업비 증가부담 역시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결국 조합측 주장대로 감정평가액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당초 재개발사업이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높은 수익은 달성할 수 없을거란 설명이 가능하다.
현재 조합은 이들 9명을 대상으로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명도는 부동산 인수자가 현재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이에게 나가줄 것을 강제하는 절차다.
김종태 조합장은 “한 번 조합에 가입했던 이들이 이제와 조합원 신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자기이익만 챙기려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씨 등은 “정당한 우리 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한 절대 우리 발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이들 소수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