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4th 스페셜]개정 상법..회장님의 두통 치료제 되나②

오너 2·3세 승계엔 빨간불?
  • 등록 2011-08-18 오전 9:05:08

    수정 2011-08-18 오전 9:05:08

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18일 08시 35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특혜(?)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편법 지원 의혹에 대해 원칙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조항들도 명시적으로 제시됐기 때문. 자기거래 규제 강화나 사업기회 유용금지가 대표적이다.

‘이사나 제3자가 얻은 이익을 회사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는 사업기회 유용금지의 이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면, 현대차(005380)그룹 내 글로비스(086280)는 정의선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그 동안 얻은 수조원대의 이익을 현대차의 손해로 추정, 조 단위의 금액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소급적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부의 편법승계를 위한 비상장 계열사 설립과 몰아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대기업들 내부에선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기업 자율을 존중하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이번 개정 상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그룹 계열의 시스템통합(SI)업체 혹은 소모성자재구매(MRO)업체에 그룹 물량의 절반이상을 몰아주고 있다. 그리고 그 업체들은 대부분 오너나 오너 2·3세가 지분을 꽤 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외에도 SI업체인 오토에버시스템즈의 지분 20.1%를 보유한 대주주다. 정몽구 회장 역시 10%를 가지고 있다. STX(011810)그룹 강덕수 회장, 태광(023160)그룹 이호진 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SK(003600)그룹 최태원 회장 등은 그룹의 SI업체 지분을 45~70%까지 대량 보유하고 있다.

정수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일감 몰아주기 회사 대부분이 비상장 계열사들의 매출을 늘려 오너 일가에게 배당으로 되돌려주고 있다”며 “이번 상법 개정안이 이 같은 행태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대기업들은 현재 그룹물량을 몰아주는 계열사들과의 계약을 일단 장기계약으로 전환해 법망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맺은 계약에 대해서는 사업기회 유용금지조항이 적용돼 대기업들이 별도의 궁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쯤에서 삼성그룹의 아이마켓코리아가 눈에 띈다. 삼성은 2000년 12월 아이마켓코리아라는 소모성자재 및 소액설비 위주의 구매서비스 제공업무를 담당하는 MRO업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설립 10년만인 2010년 7월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주요주주는 삼성물산(000830)(10.6%)과 삼성전자(005930)(10.6%)를 비롯해 삼성전기(10.0%), 삼성중공업(010140)(7.2%), 삼성SDI(006400)(5.6%), 삼성엔지니어링(028050)(5.3%), 삼성코닝정밀소재(3.9%), 삼성에버랜드(2.8%), 제일모직(001300)(2.8%) 등 그룹 주요계열사 9곳이다. 이들은 전체 지분의 59.6%를 보유 중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5492억원 중 72.3%(1조1210억원)를 계열사에서 올렸다.

삼성 계열사들이 주요주주로 있는 아이마켓코리아와의 거래는 `제3자` 거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즉, 계열사들과 직접 관계가 없는 오너가 지분을 보유한 경우 회사 사업기회 유용 조항에 걸릴 수 있지만 계열사들이 주요주주인 경우엔 `제3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삼성그룹처럼 오너의 지분을 계열사들이 사들이거나 주요 계열사가 흡수 합병하는 움직임 등이 예상된다.

개정 상법에 정통한 관계자는 “결국 사업기회 유용금지 부분에서 핵심은 물량 몰아주기 회사의 지분을 누가 들고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주요 계열사에 해당 사업을 흡수 합병시키거나 계열사 중 몇 곳이 지분을 나눠 매입하는 형태 등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비상장계열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그룹 2,3세의 부의 획득 후 계열사 지분매각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기회 유용금지 조항이 자칫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정 변호사는 “미국 판례에서도 기회유용과 관련해 예측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며 “다만 서베인 옥슬리법(회계부정 방지법)을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주장에 폭넓은 예외조항을 인정한 만큼 이번 상법 개정안도 시행령 등 과정을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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