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인정한 버핏, "그래도 저평가 주식 매입할 것"

2008년 실적 사상 최악..장부가치 9.6% 하락
보유주식·파생상품 가격 급락 등이 원인
"2009년 경제, 여전히 비틀거려".."결국엔 좋아질 것"
  • 등록 2009-03-01 오전 11:16:03

    수정 2009-03-01 오후 4:57:05

[이데일리 김혜미기자]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간실적은 1965년 설립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그의 2008년 투자전략이 `어리석었다`고 밝히고, 하나 이상의 큰 실수와 몇몇 작은 실수들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그는 올해 경제가 비틀거릴 것이며, 곧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결국에는 더 나은 시간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또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하는 기존 전략에 대한 흔들림없는 믿음을 보였다.

◇ 버크셔, 2008년 실적 `사상 최악`

워렌 버핏은 지난 28일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해 주당 장부가치가 9.6% 하락해 1965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 실적은 1억1700만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9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5분기 연속 순이익 감소세를 나타냈다.

▲ 버크셔 해서웨이 A주 등락추이(출처 : WSJ)
버크셔의 연간 순익은 2008년 49억9000만 달러를 기록, 2007년 기록한 132억1000만 달러에 크게 못미쳤다. 버크셔의 A주 종목들은 32% 하락했고, 올들어 지금까지도 다우존스 지수보다 약간 나은 수준인 19% 정도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버핏은 버크셔의 실적 악화에 대해 계열 보험사의 실적 악화와 코카 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가가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을 당시 코노코 필립스의 지분 확대에 나선 것은 큰 실수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2곳의 아일랜드 은행들이 저평가된 것으로 보여 2억4400만 달러의 투자를 감행했으나 연말 시장가치는 2700만 달러로 급락, 89%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또 제너럴 일렉트릭(GE)과 골드만 삭스 등의 고정수익증권에 14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코노코 필립스와 존슨 앤 존슨, 프록터 앤 갬블 등의 주식을 매도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상품 투자 역시 버크셔의 순익 감소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버크셔는 최근 몇 년 동안 감행한 파생상품 투자로 51억 달러의 손실을 자초했다. 현재는 251개의 파생상품 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버핏은 당초 이 계약들의 가격이 잘못매겨졌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버크셔의 공공사업 투자 관련 실적은 US 미드웨스트와 웨스트의 운영실적이 개선되면서 18억5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 2009년 경제, `비틀거릴 것`

버핏은 서한에서 올해 경제가 비틀거릴 것이며 조만간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과거에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맞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실패하지 않고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방정부가 행한 갖가지 지원책에 대해서도 버핏은 경제 전분야의 몰락을 피하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었다고 밝혔지만, 인플레이션과 같은 달갑잖은 후유증이 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주식시장과 경제의 상관관계와 관련해서는 올해 경제가 비틀거린다해도 이것이 주가 상승 또는 하락을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된다해도 주가가 상승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버핏은 또 "현재의 주택시장 붕괴는 주택 소유주들과 은행, 판매업자, 정부에 앞으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면서 "주택 구입은 대출자가 최소 10%의 계약금을 비롯, 자신의 소득으로 월 할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국가적인 목표가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집을 지키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는 전략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보유한 주식과 채권 가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그로 인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 "포지션을 증가시킬 여력이 있다면 현재의 하락 정도는 즐길 수 있다"면서, GE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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