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행장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민 행장은 이날부터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민 행장은 리먼 브라더스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거듭 아쉬움을 밝히면서 "앞으로 유사한 기회가 생기더라도 M&A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산은의 경영권을 인수할 대상에 대해서는 "은행, 기업, 연기금 등이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 입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입찰이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해서는 "가격 뿐 아니라 인수 후 성장 잠재력을 함께 보겠다"고 말해, 가격 뿐 아니라 합병 후 시너지, 인수 후보의 재무 건전성 등도 M&A의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 글로벌 금유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이다. 미국 금융 시장은 어떤가.
▲ CP(기업어음)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국제 금융을 20년 봐왔지만, 이렇게 악화된 적은 처음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어떤 기업이든 넘어간다. 이런 점을 우려해 세계 정부가 협력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워싱턴 회의에서는 은행간 거래에 대해 (정부가) 지급 보증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단 금융시장 공포가 걷히고 나면 지금과 같은 쇼크는 풀릴 것으로 본다. 다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지 않겠나.
▲ 꼭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는 없다. 사모펀드를 통해 빌릴 수도 있고, (외국 은행에서) 차입할 수도 있다. 현재 몇 건 추진 중인 건들이 있다.
-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때문에 산은 민영화 시점도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 민영화라는 것은 결국 지분 매각인데 제값을 받기 위해 지분 매각 시점을 유동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 현재 산은 민영화는 50% 미만 매각에 2년, 나머지 51%에 2년 등 4년이 걸린다. 예를 들면 시장 상황에 따라 이 기간이 각각 3년씩 6년으로 길어질 수는 있다.
일본의 경우 법 통과 후 민영화에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법은 연내 꼭 통과되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보장한 법이 국회를 통과되지 않으면 국제시장에서 산은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 민영화되도 국내에서는 살 수 있는 기업이 없다. 결국 국내 금융권이 경영권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 여러가지 대안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기업, 은행, 연기금, 사모펀드 등이 그랜드 컨소시엄을 만들어 입찰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에 경영권까지 매각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외국인 투자를 배제할 수는 없다. 국내 여타 기업들처럼 국내 자본과 외국자본 비율이 7대3 내지는 6대4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 산은이 민영화될 경우 정책금융을 담당할 한국개발펀드(KDF)와 신·기보간 역할이 겹친다는 지적이 있다.
▲ KDF와 신·기보간 역할 조정은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이다. .
- 국내 시장은 어떤가. 민영화되면 수신 기반을 넓히는 것도 중요할 텐데.
▲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산은이 생각했던 모델이 CIB(상업투자은행)다. 리먼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검토했다. IB(투자은행)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로컬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신 구조가 꼭 필요하다. 조직과 능력을 키울 생각이다.
- 알다시피 국내 소매 금융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방법이 있나.
▲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되는 내년부터는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지점이 많아서 소매 금융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오히려 조직이 크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과 같은 국내 은행 조직은 중간층이 상·하부 조직원보다 큰 항아리형 구조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와 같은 노조나 문화를 고려해 볼 때 이런 조직 구조를 바꾸기는 매우 힘들고, 바꾼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도 인원을 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과 같은 길을 걷지는 않겠다. 지점을 내더라도 상주 직원은 2~3명만 있어도 된다. (대출) 타깃을 한정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기존 은행들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 돈을 끌어올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을 통한 펀딩도 가능해졌다. 은행 자금이 증권사 CMA 계좌로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후발주자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도 항상 후발주자였지만 세계 최고가 됐다.
▲ 13일이 본입찰이다.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통상 M&A의 인수가격은 입찰 직전 가격이 아닌 3개월이나 6개월 시장 평균 가격이 활용된다. 인수 후보자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 결국 가격이 최대 변수인가.
▲ 가격 뿐 아니라 인수 후 성장 잠재력도 함께 보겠다고 강조했다.
- 리먼 브라더스 인수 무산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
▲ 사실 리먼 경영권은 손 안에 들어왔다 나갔다. 인수 중단을 발표할 당시 리먼 브라더스에 주당 6달러40센트를 제안했다. 인수금액으로 따지면 4조50000억원 가량이다. 가격조건 안맞아 리먼 브라더스가 거절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먼은 산은 제안을 받았어야 서로가 윈윈할 수 있었다.
- 리먼 브라더스와 산업은행이 합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나.
▲ 정보와 인력을 동시에 갖게 된다. 인력면에서 보자면 리먼 브라더스가 해외 주요 거점에 15개 지점을 갖고 있다. 이들 중에는 산은 해외 지점과 겹치는 곳도 많다. 리먼 브라더스는 IB 업무를 하고, 산은이 자금 조달 기능을 하면 시너지가 난다. 주요 거점에 능력있는 젊은 직원들 파견시켜면 IB 업무를 배워올 수 있다. 뉴욕, 런던, 동경, 파리 등 4곳에 각각 3년만씩 파견 보내도 무려 12년 경력을 갖춘 IB 재원을 키워낼 수 있다.
- 정보의 가치는 어느정도인가.
▲ 정보의 가치는 솔직히 말해 돈으로 따질 수 없다. 제가 리먼 브라더스에서 근무할 때 경험이다. 중국 이동통신시장이 개방될 때였고, 한국 통신 기업(SKT)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중국 이동통신사를 탐냈다. 중국은 땅이 커서 유선망을 깔기 힘들기 때문에 무선통신시장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기업이 중국 이동통신사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본사에 오퍼를 냈다. 본사에서 당분간 스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미국 고객에게 먼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중국기업은 미국 회사에 넘어갔다.
- 한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IB 무용론이 나온다.
▲ IB 업무에 대한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전통적인 IB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M&A, 기업 구조조정과 컨설팅, 주식·채권·발행 업무들은 앞으로도 수요가 이어진다. 2~3년 흘러 시장 금융시장이 상황이 안정될 경우 시장 영향력이 더 큰 IB 업체들이 나타날 것이다.
리먼 브라더스 인수때문에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졌지만, 솔직히 이런 비판은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국내 다른 금융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설 때 산은의 사례는 부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