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리뷰)현대상선 無대표이사체제...언제까지?

  • 등록 2001-10-13 오후 3:16:32

    수정 2001-10-13 오후 3:16:32

[edaily] "매출 5조원이 넘는 회사에 대표이사가 없다" 지금 국내최대 선사인 현대상선의 처지다. 지난 4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김충식 대표이사 사장이 열흘째 잠적, 출근을 하지않고 있고 대신 부사장 2명을 중심으로 한 임시경영체제가 가동되고 있지만 "無 대표이사"라는 유례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큰 회사에 대표이사가 없어도 문제는 없는 걸일까. 지금 당장 결정해야할 주요 경영사안의 결정이 뒤로 미뤄지고, 그가 지휘봉을 잡고 추진해야할 향후 경영의 방향도 불분명해 줄 수 있다. 특히 해운사업이 미 테러 사태로 인한 영향을 어디보다도 많이 받는 사업이어서 외부 환경에 대한 긴밀한 대응이 시급하다. 더욱이 유동성 문제로 인해 재무구조개선 작업도 당장 답을 내놓아야 한다. ◇김충식 사장 돌아올까=무대표이사체제라는 위기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김 사장이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출근 거부를 일주일을 넘김으로써 돌아올 수 있는 기회조차 스스로 뿌리친 것으로 해석된다. 상선내 김 사장의 측근들도 김 사장의 복귀를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사장의 뜻이 확고한데다 복귀의 전제조건 같은 김 사장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선의 관계자는 "사내 몇몇 관계자와는 전화 접촉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접촉한 인사들마다 김 사장이 복귀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선 관계자들은 김 시장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현대상선 대표이사 자리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이 김 사장과 간신히 전화로 연락, 사의 번복을 종용했으나 김 사장의 뜻을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선측에선 "독자경영을 표방하고 올해부터 어렵게 어렵게 계열사 지원을 끊어왔으나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독자경영의 걸림돌이 많다는 판단을 한 것같다"고 말했다. 마치 독자경영의 걸림돌이 그룹 구조본으로 해석되지만 실상은 그룹구조본은 물론이고 채권단, 금감위 등 외부도 걸림돌로 한 몫씩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김 사장이 사의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아마 AIG 외자유치와 관련해 현대증권 신주발행 결정"이라고 말한다. 현대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상선은 지난 8월말 현대증권이 신주발행 결정당시, 기업의 미래가치까지 감안해서 발행 가격을 당시 주가보다 높게 할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선 관계자는 "현재 현대증권의 상황이 위기적인 것도 아닌 상황에서 외자유치이후 회사가 갈수록 좋아질 것은 분명한데 신주가격을 할증 발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상선의 요구는 완전 무시되고 정부는 할인방식을 통해 AIG외자 유치를 성사시켜 결국 헐값에 증권을 팔아넘기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협상에서 상선은 대주주임에도 불구,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했다. ◇최용묵 부사장 진의는=현재 후임 대표이사로는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부사장이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현재 임시경영체제를 맡고 있는 두 부사장중 한사람이다. 최 부사장은 현대건설로 입사했다고 상선에는 2~3년간 재정부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 상선의 대주주인 엘리베이터 대표이사로 상선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48년생으로 올해 54세다. 최 부사장이 될 경우는 현대상선내에서 그보다 나이가 많은 부사장급 등 중역 일부가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상선 내부에서는 부사장중에서 최고참인 김석중 벌크선영업본부장이 후임 대표이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 부사장은 46년생(56세)으로 오랜동안 상선에서 영업을 맡아온 영업통이다. 최 부사장은 이사회 절차만으로 대표이사가 될 수 있지만 등기이사가 아닌 김 부사장은 대표이사가 되기 위해선 이사 선임에 필요한 임시주총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최 부사장이 후임 대표이사 후보로 보다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최 부사장은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엘리베이터 간부회의석상에서 "상선내 직책을 가질 의사가 전혀 없다"며 "엘리베이터 경영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 만큼 임직원들은 평소대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을 찾은 상선측 인사에게 "지금 나보고 상선 대표를 맡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나보고 사표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상선 대표이사를 맡을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최 부사장의 진의는 무엇일까. 말대로 그는 상선보다 작은 회사인 엘리베이터 경영에 만족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위에선 이보다 김 사장이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최 부사장도 잘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상선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불가 등을 결정할 때 최 부사장도 김 사장과 뜻을 같이했다"며 "상선이 그룹, 채권은행, 정부의 틈바꾸니에 끼여있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와도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상황에서 선뜻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채권은행의 진의는=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어정쩡한 입장이다. 김 사장의 복귀를 원하면서도 당분간 임시경영체제를 거친뒤 후임 대표이사가 결정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김 사장의 복귀를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상선내 중역들이 김 사장을 설득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의 복귀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인정하는 눈치다. 이 관계자는 "그룹이 상선 경영에 관여하려는 뜻이 없다는 것은 확인됐다"며 "임시경영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도 대표이사없는 임시경영체제가 오래가는 것에 대해선 부담을 갖고 있어 후임 대표이사 선정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 김 사장의 사임계가 수리되지 않았는데 이를 거론하는 것은 김 사장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것이며 거론되는 인사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영업통인 김 부사장과 재무통인 최 부사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채권단의 입장은 지금 현대상선의 경영상황에서 영업과 재무 중 어느 부분에 더 주안점을 둬야 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현안은=현대상선은 재무구조조정이 최대 현안이다. 미 테러사태에도 불구, 큰 영업상 어려움은 예상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세계경기가 침체되고 있어 물동량이 줄고 있는 상황은 우려되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원화 약세로 외환차손, 외환산평가손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4578억원 수준과 비롯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상이익도 4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영업은 올해 상반기 27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하반기에는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 평년작이 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재무 쪽에선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상선은 당장 재정자문사인 CSFB가 작성한 경영개선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회사는 최근 이에 대한 보고서를 CSFB로부터 전달받았고 곧 대표이사 결제를 거쳐 채권은행에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경영공백 때문에 제출을 늦추고 있다. 이와 관련, 상선 관계자는 "CSFB의 내용은 크게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남을 만큼 영업이익은 장기적으로 계속 나온다는 점, 추가적으로 자구노력할 것이 1조원 가량이라는 점 등을 담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서 CSFB는 내년에 도래할 회사채 만기에 대해 신속인수제의 연장 등 채권단의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상선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그동안 김충식 사장이 중심이 되어 이같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의 수립과 진행을 맡아왔지만 앞으로 누군가 계속 추진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를 얻어가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조기에 이뤄내기 위해서는 경영 안정이 필수다. 이 때문에 조만간 후임 대표이사 인선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란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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