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수출 전망 ‘먹구름’…“수요부진·원가상승·자금난 삼중고”

2023년 1분기 EBSI 81.8…4분기 연속 100 하회
가파른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 영향
‘수주 확대’ 선박 제외 전 품목 수출 부정 전망
원자잿값 상승·수출국 경기 부진이 애로 요인
  • 등록 2022-12-25 오전 11:00:00

    수정 2022-12-25 오후 7:42:0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500억달러(약 64조2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내년 1분기 수출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25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Export Business Survey Index)는 81.8로 올해 4분기(84.4) 대비 2.6포인트 하락하며 수출 경기 악화를 전망했다. EBSI가 두 분기 연속 90점대를 밑돈 건 2012년 4분기(77.4)와 2013년 1분기(78.4)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치인 100을 웃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해 전 분기보다 개선되리라고 예상하고 밑돌면 악화하리라고 예상한다는 뜻이다. EBSI는 최근 4분기 연속 100을 밑돌면서 수출기업의 체감 경기가 꾸준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EBSI 하락은 가파른 물가 상승과 이에 대응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주요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하면서 수출기업의 체감 경기가 악화했다는 의미다.

연구원이 지난해 수출실적 50만달러(약 6억원) 이상인 무역협회 회원사 2000곳을 조사한 결과, 1분기 수출제품 원가(71.1), 수출대상국 경기(79.9), 국제수급(81.1), 자금 사정(84.0) 등이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제조원가 상승해 자금난 심화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수출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품목별로는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 확대로 수주가 증가해 수출 확대가 점쳐지는 선박(146.5)을 제외하고는 전 품목의 EBSI가 100을 밑돌았다. 가장 전망이 부정적인 품목은 석유제품(49.7)과 가전(55.7)으로 국제 유가 하락, 인플레이션 지속,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자동차·자동차 부품의 EBSI는 99.0으로 나타나 경기 둔화에도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와 물류난 개선으로 보합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애로 요인 응답률 변화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또 기업들은 수출 애로 요인으로 원자잿값 상승(23.3%), 수출대상국의 경기 부진(15.8%), 원화 변동성 확대(15.5%)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매자(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가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수익성 확보와 경영전략 수립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해상운임이 안정화하면서 이와 관련한 애로를 토로하는 기업은 줄었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교역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기업의 삼중고를 고려해 수출 금융 지원과 환율 변동 방어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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