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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선진국, 특히 미국 주식은 ‘비중 축소’를 권고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큰 손’ 블랙록의 리처드 뮤럴 글로벌 전술적 자산배분(GTAA) 부문 대표(사진)는 8일(현지시간)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가 주관한 제54차 뉴욕국제금융협의체에 나와 “내년은 모든 투자 자산에 걸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블랙록이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경고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뮤럴 대표는 리서치 파트와는 달리 실제 운용을 맡고 있기 때문에 강세장을 향한 ‘희망사항’을 얘기할 법도 했지만, 내년 선진국 주식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언급했다.
“내년에도 주식·채권 동시에 하락”
뮤럴 대표는 내년 미국 주식에 부정적인 이유를 두고서는 “경기 침체 리스크가 가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신흥국 주식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앞서 블랙록 투자연구소(BII)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영국 주식 모두 비중 축소로 뷰(view)를 낮췄다. 일본, 중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정도만 중립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는 저축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하면서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용구매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등 향후 경제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했다. 특히 블랙록은 내년 연방준비제도(Fed)가 침체를 피하고자 서둘러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에 나설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고 있다. 그는 이어 “팬데믹 이후 악화했던 전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이 지난 2018년 수준으로 안정화하면서 미국의 물가 상승 속도는 다소 완만해졌다”면서도 “미국 외 유럽 등에서는 여전히 고물가가 지속하고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럴 대표는 “올해 주식과 채권간 높은 연동성(주식·채권시장 동반 약세)은 투자 환경을 어렵게 했다”며 “과거 전통적인 투자 방식과는 전혀 다른 투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경기 침체 국면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장기국채 쪽으로 투자 전략을 가져가는 게 과거에는 유효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뮤럴 대표는 “현재 경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지금 장기국채는 가격 측면에서 오히려 매력적이지 않다”며 “비중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89%를 나타냈다. BII 역시 미국 장기국채, 유럽 정부채, 영국 길트채 투자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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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크레디트채 정도만 늘려라”
뮤럴 대표는 “주식과 채권간 높은 상관관계는 경제 성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최근까지 이 상관관계는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계속 오르고 있어, 당분간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따른 시장 움직임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리더로 꼽히는 블랙록의 우울한 전망은 근래 계속 이어지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서 주식가격과 채권가격의 동시 급락, 달러화 초강세 등을 거론하며 “시장 환경이 완전히 리셋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유지했던 투자 패턴을 바꿀 때가 됐다는 의미다. 핑크 회장은 “우리는 실질 성장세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갖지 못하고 (특정한 몇 가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제금융협의체 회의를 주관한 신용선 KIC 뉴욕지사장은 “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새해를 앞두고 향후 시장 방향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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