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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중단제도는 금융사 대주주에 대한 법적소송이나 사정기관의 조사 및 검사, 금융당국의 제재 등이 진행되고 있으면 종료 때까지 인허가나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절차를 잠정 중단하는 것이다. 소비자 돈을 맡아 관리하는 금융사의 대주주에게는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투명성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인터넷銀 이어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발목
그러나 이 제도가 금융업 전반에 사실상 기계적으로 적용돼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재의 금용환경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케이뱅크의 경우 2019년 3월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KT가 당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적격성 심사가 잠정 중단됐다. KT 자회사 BC카드가 지난해 7월 대주주가 되기까지 케이뱅크는 1년 넘게 사실상 휴업상태였다. 카카오뱅크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재판 문제 때문에 카카오로의 대주주 변경심사가 수개월간 중단됐었다.
최근에는 마이데이터 신청 기업의 발목도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데이터 3법’ 국회 통과를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네이버는 예비허가까지 받았지만 제동이 걸렸다. 네이버파이낸셜의 2대 주주인 미래에셋대우가 해외투자를 하고 금융당국에 사후신고한 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로 검찰에 통보됐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미 마이데이터 예비인가를 받은 기업인 만큼 금융당국의 당시 예비인가 결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과거에도 문제의식 있었지만 개선 못 해
금융당국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6월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에서 금융 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제재에 대해선 본인과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요건 심사요건에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른바 ‘최대 심사중단 기간’을 정해 조사나 검사, 제재 등 때문에 금융당국의 심사가 무기한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금융당국에 인·허가나 등록 접수 후 시작한 금융감독원 조사는 원칙적으로 심사중단 사유에서 제외키로 했다. 대주주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면, 특정경제가중처법벌 위반 등 중대범죄가 아닌 한 6개월 내 기소가 되지 않으면 심사를 재개하도록 했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인가·등록 때 다소 경직적으로 운영해 온 심사관행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사모펀드 사태 등 자본시장의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진 게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규제완화 내용을 담은 이 방안을 더 추진하지 못했다.
지난 2002년 은행법에서 시작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사가 이른바 ‘재벌의 사금고’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취지가 있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돈을 직접 맡지 않는 혁신금융 사업에까지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에서 은행 등 전통적 금융과 핀테크 등 혁신금융에 대한 인허가 진입요건을 모두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선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 개인이 금융회사나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인은 본인 정보를 마이 데이터 사업자 등 제3자에게 제공해 재무컨설팅이나 자산관리, 맞춤형 상품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와 상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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