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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재벌 총수나 전직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국내 화장품 업계 얘기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정해진 수순에 따라 마치 앵무새처럼 읊조린다. ‘진심으로 송구’ ‘재발방지를 위한 온갖 노력’ 등과 같은 낯익은 말을 반복하지만, 진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회수·폐기로 물의를 일으켰던 화장품 업계가 또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최근 중금속인 ‘안티몬’ 허용치를 넘은 제품 13개 품목을 적발했는데, 이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의 PB(자체 브랜드) ‘아리따움’ 제품과 로드숍 브랜드 에뛰드하우스 제품이 다수 포함됐다. ‘스타일 난다’ 화장품으로 유명한 3CE 제품, 유명 로드숍 브랜드 스킨푸드 제품에도 중금속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남성 전용 컨실러도 중금속 덩어리로 판명났다. 대다수는 대기업 브랜드이거나 10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자진 신고해 식약처의 회수 명령을 받았지만, 문제가 불거진 뒤 이들 업체가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다.
해당 업체는 하나같이 위탁 생산을 전담하는 화성코스메틱이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소위 대기업이라는 업체들이 막상 문제가 터지니 영세한 제조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다. “밑에 사람들이 한 일”이라며 끝내 혐의를 부인하는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사실 거창한 게 아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소비자가 믿고 살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거두는 셈이다.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