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상처에…'日·동남아' 새살 돋은 韓관광

사드보복에 中여객 급감했지만
日·동남아여객 20%대 늘어
"면세점 매출 타격은 불가피"
  • 등록 2017-04-20 오전 5:30:00

    수정 2017-04-20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중국인들로 시끌벅적하던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지만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볐다. 공항 안내 데스크 관계자는 “시끄럽기로 소문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거의 없어 공항 내부가 조용해졌다”며 “대신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 공항 출국장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유커 발길이 뚝 끊긴 사이 동남아와 일본 등 여타 지역 관광객들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해 자국민의 한국여행 전면금지 조치를 내린 지 한달이 지나면서 유커는 급감했지만 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국내 유통·관광업계도 한숨을 돌리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한·중 노선 여객은 22.5% 줄었으나 국제선 여객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6% 증가한 607만명을 기록했다. 일본·동남아 관광객 증가와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 상승, 저비용항공사(LCC) 공급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일본 노선을 이용한 여객은 155만명으로 지난해 3월(126만명)보다 30만명 증가했다. 동남아 여객 역시 234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44만명 늘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아직까지 인천공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객 수송시장 다각화와 환승 수송 확대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유통업계가 사드 유탄을 피하기 위해 일본과 동남아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한몫했다. 최근 정부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만 허용하던 전자비자를 동남아 단체 관광객에게도 5월부터 발급하기로 했다. 또 제주행 환승 단체 관광객에게는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중국 항공사들이 운항을 취소하며 반납한 슬롯(이착륙 시간)을 동남아나 일본 등 신규 노선에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70% 이상이던 롯데면세점은 일본에서 ‘한국 여행 상품 박람회’를 열었고, 신라면세점은 동남아 취항 항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만 바라보던 천수답식 관광 산업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로 지역별·업종별 관광·유통 부문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방한 관광시장 다변화와 서비스 개선을 통해 중국시장 대체 수요를 확대하고 한국 관광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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